카테고리 없음

아! 나도 기타를 치고 싶다.

여울가 2006. 7. 3. 15:31
아! 기타를 치고 싶다.

한적한 냇가 조그만 돌 위에 걸터 앉아
조록조록 여울져 흐르는 물살을 보면서...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밤에 별을 보고 누워
반짝반짝 빛나는 은하수를 하나,둘,세면서...

새하얀 눈 위 양지바른 언덕에 조용히 서서
소근소근 속삭일듯 뒤늦게 떨어지는 낙엽소리...

다정한 벗들...
따뜻한 눈길과 숨결 속에 재잘재잘 떠들며
어느새 밤이 새는 줄도 모르며...

아! 기타를 치고 싶다...

-- 김광석 창작 연주음반 발매기념 연주회 팜플렛 중에서---

아! 정말 기타를 치고 싶은 밤이었다.
귀를 자극하는 시끄러운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그냥 친구들 얼굴이나 보자 했다...

처음엔 정말 그랬다...

자그마한 체구에 긴 생머리를 질끈 뒤로 동여 맨...
소설가 이외수를 닮았던가?
빨간 피이터의 고백을 열연하던 추송웅을 닮았던가?
기타리스트 김광석은 무대에 그렇게 서 있었다...

1,2층을 가득 메운 관중을 기타소리 하나로 압도하기
시작하는데 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거기엔 개구쟁이 아이들이...
사랑에 빠진 청춘들이..
장갑차에 딸들을 잃어 버린 슬픈 부모들이..
지난 해 6월의 축구 경기가...
모두 모두 들어 있었다...
환희에 찬 송가...피눈물 나는 아우성...
하나에서 열까지...땅에서 하늘까지..
온 우주가...그렇게 들어 있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피와 살을 깎는
고통이 그와 함께 했음을 그의 표정과 몸짓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기타 줄 6개에 그런 많은 소리, 소리들이
들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락,퓨전 째즈,트로트,메탈,영화음악...

2시간 동안의 연주가 결코
지루하지도...
시끄럽지도...
길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와
'동백 아가씨'를 선사해 준 소리꾼 장사익 님의 무대...
또 하나...
우리나라 드럼의 일인자라는 흙소리 김대환 님의
거꾸로 휘갈기는 붓글씨 시연과 드럼 연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그렇게 흘러갔다.

연주가 끝난 후 공연팀과 함께 한 뒷풀이 자리에서
우린 손님 주제를 망각하고 위하여!!를 마구 질러 댔으니...
그래도 그런 우리가 결코 싫진 않으셨으리라 스스로
달래 가면서...

추적추적 비를 맞고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는 길이
왜 그리도 행복하기만 했는지...

이런 좋은 자리를 우리에게 갖게 해 준 털보 친구에게
뜨거운 윙크와 포옹(?)을 보내며...
아! 나도 기타를 배우고 싶다... (200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