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의 엽서 / 이해인 새 달력에 찍혀 있는 새로운 날짜들이 일제히 웃으며 뛰어와 하얗게 꽃으로 피는 새해 첫날 묵은 달력을 떼어내는 나의 손이 새삼 부끄러운 것은 어제의 시간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나의 게으름과 어리석음 때문이네 나의 주변 정리는 아직도 미흡하고 어제 하던 일들의 마무리도 안했는데 불쑥 들어서는 손님처럼 다시 찾아오는 새해를, 친구여 우리는 그래도 망설임 없는 기쁨으로 맞이하자 우리에게 늘 할 말이 많아 잠들지 못하는 바다처럼 오늘도 다시 깨어나라고 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고 새해는 파도를 철썩이며 오나 보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함께 끌어안으며, 친구여 새해엔 우리 더욱 아름다운 모국어로 아름다운 말을 하고 아름다운 기도를 하자 우리의 모든 말들이 향기로워 잊혀지지 않는 시가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