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도 올해처럼 5학년을 맡고 있었다.
동학년이 남자2명, 여자 7명 모두 9명이었는데
이 아홉사람의 개성들이 모두 강했다.
특히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어디가서 밥을 먹을라치면 여지없이 모두 기도를 올려야 했다.
그것도 큰 소리로...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까지 억지로라도..
우리 동네에는 꽤 넓은 근린공원이 있는데
저녁나절에 그곳에 모여서...
파전도 부쳐먹고 농구도 하고 심지어는 커다란 틀통을 날라다가
삼계탕을 푹 고아서 한마리 씩 뜯기도 했다.
그뿐이던가...
콘도에 여행을 갔는데
그 중에서 두번째로 큰언니가 먹을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바람에
우리들은 모두 양손에 먹을 음식 보따리를 들고
다른 사람들 눈이 부끄러워 일행이 아닌양 따로 따로 들어가기까지 했으니...
아이스박스까지 들고 다녔으니 그 광경이 차마...
그 문제의 두번째 언니가 정년을 맞이했다.
침례교회를 열심으로 다니며 젊은이도 엄두내지 못할만큼
왕성한 활동력과 몸매를 지닌, 손자들이 줄줄이 딸린 할머니...
난 그 당시 둘째가 6살이었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던 나는 2박3일의 극기훈련(수련회)에
둘째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데리고 간 아이는 어른들 틈에 끼어서 단 한번의 투정도 없이
잘 지내주었다.
왜냐믄 같이 간 선생님들을 모두 이모라고 부르며 지내왔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예뻐해 주셨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 둘째 언니가...
정년퇴임식을 위해 단아하게 한복을 입고 서 계신다.
그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퇴임사를 하신다.
우리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매일 아침 향긋한 샴푸와 세수로 씻은 아이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데 어찌나 눈물이 흘러 내리는지..이 주책바가지...
사랑하는 김융자 선생님,
건강한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제 곁에 머물러 계셔 주세요...
차돌이 장가가서 아이 낳고 또 그 아이가 장가가는 날까지...(200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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