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규칙적인 자유를 위하여-정년 퇴임식

여울가 2006. 8. 30. 06:59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도 올해처럼 5학년을 맡고 있었다.

 

동학년이 남자2명, 여자 7명 모두 9명이었는데

이 아홉사람의 개성들이 모두 강했다.

 

특히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어디가서 밥을 먹을라치면 여지없이 모두 기도를 올려야 했다.

그것도 큰 소리로...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까지 억지로라도..

 

우리 동네에는 꽤 넓은 근린공원이 있는데

저녁나절에 그곳에 모여서...

파전도 부쳐먹고 농구도 하고 심지어는 커다란 틀통을 날라다가

삼계탕을 푹 고아서 한마리 씩 뜯기도 했다.

 

그뿐이던가...

콘도에 여행을 갔는데

그 중에서 두번째로 큰언니가 먹을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바람에

우리들은 모두 양손에 먹을 음식 보따리를 들고

다른 사람들 눈이 부끄러워 일행이 아닌양 따로 따로 들어가기까지 했으니...

아이스박스까지 들고 다녔으니 그 광경이 차마...

 

그 문제의 두번째 언니가 정년을 맞이했다.

침례교회를 열심으로 다니며 젊은이도 엄두내지 못할만큼

왕성한 활동력과 몸매를 지닌, 손자들이 줄줄이 딸린 할머니...

 

난 그 당시 둘째가 6살이었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던 나는 2박3일의 극기훈련(수련회)에

둘째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데리고 간 아이는 어른들 틈에 끼어서 단 한번의 투정도 없이

잘 지내주었다.

왜냐믄 같이 간 선생님들을 모두 이모라고 부르며 지내왔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예뻐해 주셨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 둘째 언니가...

정년퇴임식을 위해 단아하게 한복을 입고 서 계신다.

그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퇴임사를 하신다.

 

우리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매일 아침 향긋한 샴푸와 세수로 씻은 아이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데 어찌나 눈물이 흘러 내리는지..이 주책바가지...

 

사랑하는 김융자 선생님,

건강한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제 곁에 머물러 계셔 주세요...

차돌이 장가가서 아이 낳고 또 그 아이가 장가가는 날까지...(200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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