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자는 말을 듣고 얼씨구 좋다! 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남들은 산이 그렇게도 좋다는데 왜 내게 산은 이리도 버거운 존재인지...
동창회에서 대모산 단풍놀이 산행을 한다는 공지가 떴다.
단풍은 다 졌을 텐데 그래도 산엘 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쌀쌀해진 날씨를 탓하면서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인 일원역에 10시 도착...
총무 미승이 혼자 대합실 의자에 떠억 버티고 앉아 있는데
왠지 친구들이 많이 안 올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
뒤 이어 경남이가 오고 이미 와 있다는 옥련이와 귀례를 만나러
대모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가에 커다란 프라타너스 잎들이 뒹구는데
정말 고놈들 튼실하고 크기도 하다.
요렇게 큰 놈들이 여름내내 그늘을 만들고 자기 할 일을 다하다가
미련없이 나무 가지를 떠나 스스로 무대 뒤로 사라지는구나...
대모산 입구에 도착하니 오랫만에 보는 김고업,홍삼순도 있고
그 사이 많이 건강해진 류복순도 와 있다.
우린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한참 기다리니 고영애가 온다.
우리 일행 모두 8명...
미승 총무 왈 20명 산에 가고 10명 점심 때 만날 줄 알았는데
그 반대가 됐다나 뭐라나..ㅋ,크
옥련이가 준비했다는 형광빛나는 목수건을 한개씩 목에 두르고
산행 시작...
날씨도 춥고 산 못타는 나도 있고 해서
오늘의 산행은 그냥 옆구리만 돌자고 의견 일치를 보고...
우리 친구들은 만났다하면 온 동네가 떠나 가도록 시끄러운 게 특색사업(?)이다.
특히 귀례가 있으면 그땐 100%이고 거기다 나까지 있는다면 말해 뭐하랴..
일단 기념 사진을 한방 찍는데...
대모산은 야트막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숲길이 여러군데 나 있었다.
거기다가 자갈이나 바위보다는 거의 흙으로 된 길들이어서 걷기에 부담도 없고
아직 나무에 붙어있는 단풍잎과 떨어진 낙엽들을 밟으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총무 미승이는 유치원 일은 뒤로 하고
날이면 날마다 동창회 일을 하느라고 유치원 선생님들의 눈치께나 봤단다.
그도 그럴 것이 간식을 일일히 봉지에 넣고 그 간식에까지 예쁜 그림과 글씨를 써서
코팅을 해서 붙였으니 꼭 우리가 유치원생이 되어 소풍을 온 기분이었다.
산행도 좋지만 간식 먹는 시간이 더 즐거운 우리들...
모싯잎떡, 12가지 들어간 요플레,쌀과자,귤, 단감...
숫자도 몇명 안되는데 우린 두패로 나뉘었다.
먼저 간 선두 그룹은 귀례, 옥련이, 고업이...
나머지 우리들...
하산하여 대모산 입구 할머니 자매가 만드는 메밀묵을 먹으러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
할머니가 직법 만드셨다는 메밀묵이 정말 맛있었다.
우리가 메밀묵이 너무 맛있다고 하자 이 할머니 왈,
일원동 갑상선 아줌마는 산에 올 때마다 꼭 우리 묵을 사 간단다.
일원동 갑상선 아줌마라는 말을 듣자 마자 그 사람 우리 친구인데요...
귀례를 두고 하는 말인 듯 싶어서...
그 갑상선 아줌마 조금 후에 여기 올거라고 했더니
본인 듣는데선 절대로 그 이야기 하지 말란다.
기분 나빠 한다고...ㅋㅋㅋ
귀례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한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귀례가 오자마자 저기 일원동 갑상선 아줌마 오네요...
했더니 할머니가 완전 당황하신다.
하지만 귀례가 누군가? 그건 말 가지고 기분 나빠할 친구가 아니지 않는가?
우린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할머니가 만드신 메밀묵, 도토리묵, 참쌀 막걸리로 배를 불린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들이 기다리리는 다낭으로 고고 씽~~!!!
윤희 사장님은 내가 다낭에 갈 때마다 한번도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광주에 또 사업체를 개업했는데 거기에 내려 갔다고...
대단한 우리의 윤희 사장님이시다...
산에서 막걸리 한잔에 발그레한 얼굴을 들고
다낭에 갔다.
친구들이 무지하게 많이, 한 방 가득하게 앉아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
원래의 목적은 등산이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건강을 염려한 나머지 산에는 못가고 바로 음식점으로 온 친구들..
늘 만나오던 사람들끼리 앉아있기 마련인 자리 배치를 보고
오랫만에 나오는 친구들이 첨엔 퍽 서먹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맛있는 다낭의 주 메뉴...
오리바베큐를 갖은 야패를 넣고 소스를 얹은 다음
월남쌈용 페이퍼로 싸 먹는 그 맛...
담백하고 맛있고 깔끔하고....
우린 점심을 먹고 다낭에서 실컷 떠들다가
다시 저녁을 먹으러 희숙이네 남원추어탕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과 저녁을 이어서 먹고도 시간이 모자란 듯 집에 갈줄 모르는 내 친구들은
아무튼 대단한 사람들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먹고 떠들고 정을 나눈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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