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서/2003년 중국북경

북경 천단공원

여울가 2006. 7. 3. 15:59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혈연, 지연, 학연이 아니고도

살갑게 지낼 수 있는 놀라운 세상에 우리들이 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만나 우리들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피플475 잔나비띠방에서 만난 우리들...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동질감 외엔 아무것도 닮지 않은 10명은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옌벤에 가서 어여쁜 앤 한개 만들믄 돌아오지 않겠다는 종민의 말에
옘벵하지 말라구 눈을 흘긴다.
안그래도 남자 2명에 여자 8명이 함께 떠나는 여행인지라 두 남자는 이미
정조대(?)를 차고 왔다고 큰 소리 치고
그 정조대의 열쇠는 마누라에게 맡겼다고
여자들을 안심시키지만...어찌 알어???
언제 갑자기 그 열쇠가 뒷 호주머니에서 나올지...

1시간 30분정도 지났을까?
비행기가 북경공항에 도착했는데...
급히 들어간 화장실엔 화장지가 떨어져서 없구...
입국 심사를 받는데 기다린 시간이 한시간은 족히 넘었을겨...
아예 바닥에 퍼질러 앉은 한국의 아줌마들...
그 아줌마가 불쌍해서 벗어 놓은 모자 속에 동전을 던진다...
과연 만만디의 나라 중국에 오긴 왔구나...

북경의 첫인상...
어둡고 칙칙하다...
전용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자전거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북경의 면적이 18,000평방미터라는데....
그럼 605평방미터인 우리 서울 보다 얼마나 더 넓은겨???
그 넓은 땅덩어리에 자동차와 주차장은 한적하게 느껴지고...
오호라~~~중국은 토요일이 휴무라는데 오늘이 바로 토요일이어서인가???

평양 냉면집에서 먹어보는 정통 평양 냉면...
우리의 입맛엔 잘 맞지 않은 듯 싶었으나
그곳에서 일하는 여릿여릿한 처자들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미소가
역시 우린 한핏줄이구나 하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첫 관광지...천단공원...
옛날 明.淸代의 황제가 하늘에 五穀의 풍년을 빌었다는 곳으로
기년전,황궁우,원,단,제궁등의 고대 건축물이 있는 곳이다.
하늘에서 북두칠성이 떨어졌다는 전설을 가진 7개의 돌을 지나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레와 같은 노래 소리, 합창 소리...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왼종일 저렇게 노래를 부른다 하니...

가장 높이 우뚝 솟아 있는 기년전은 3층의 지붕이 있는 원형의 목조 건물로
이 공원의 어느 곳에서 보아도 보일만큼 웅대하였다.

기년전을 지나 황궁우에 이르렀는데...
벽 양쪽에 서서 속삭여도 반대편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는 회음벽과
박수를 1번,2번,3번 칠때마다 그 소리가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신기한
삼음석에서 직접 시연도 해 보고...

황궁우 남쪽으로 돌로 만든 3층 단이 있는데
여기야 말로 진짜 천단이다.
매년 동짓날에 몸을 씻은 황제가 이 원구단에 올라 그 해에 있었던
중요한 일을 하늘에 알렸다고 한다.
천단의 최상단인 이 원구단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면 다시 자기 귀에
들린다고 하나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 중심점에 올라 가서 사진을
찍느라 떠들었으므로 확인해 볼 길은 없었다.
여기서 여정은 독사진을 찰칵~~~!!!

천단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니
북쪽으로는 장방형으로 되어 있는데 그때의 사람들이
하늘은 둥글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고,
남부는 사각형으로 둘러 쳐져 있는데 지구는 네모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천단공원에서 나오는 길...
군데 군데 아코디언을 켜며 가족끼리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이 정다워 보이고...
끼를 참지 못한 명숙은 아코디언 할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들어갈 때 들리던 합창소리를 쫓아가 보니...
한명의 지휘에 맞춰 프린트된 노래책을 손에 손에 들고
얼마나 노래를 흥겹고 신나게 부르던지...
그 중국 사람들...정말 노래 실력은 우리 나라 사람들 뺨칠것이다...

55개 소수 민족중의 한민족인 태가족..
그 태가촌에 가서 그들의 민속 공연을 구경하며 저녁을 먹는다...
키가 작은 남,여 무용수들의 아리따운 미소가 우릴 반하게 하고
인심 좋은 한국의 아줌마들은 그들의 손에, 손에 팁을 쥐어 준다.

경광 뉴월드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양극장에 가서
서커스를 관람하는 시간...
VIP예약석에 뻔뻔하게 버티고 앉아서 안내하는 청년이 일어나라고
손짓 발짓 다 하지만 우린 전혀 못 알아 들은 척 딴청을 핀다...
왜냐???
현지 가이드가 실수로 그 빨간색 좌석엔 앉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안내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다 똑같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걸로 착각을 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 현란한 옷과 몸동작으로 나타난 서커스 기인들...
얼마나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던지...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인가???
인간의 신체를 이용하여 저토록 아름다운 동작을 연출할 수 있다니..
"쟤네들 지금 뭐하니???"
"니네들 지금 미쳤니???"
나도 모르게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고
경란이 몰래 가져간 위스키를 따라 먹다가
그녀가 열렬하게 쳐대는 박수 땜에 내 술이 반이나 쏟아지는 불상사...

북경의 첫날 밤...
1409호실에 모두 모여 술잔을 있는대로 기울이다가...
비행기에서 산 3명의 양주, 기호가 가져간 20개의 팩소주,
비행기 기내에서 써빙받은 캔맥주들...
이 술을 언제, 누가 다 없앨것인고???
그 고민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은 새벽 5시까지 마셔 댔으니...
아~~~!!!나의 다이어트에 적신호가 켜 지는도다.... (200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