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서울

2007 토요음악회-석촌호수 수변무대

여울가 2007. 7. 22. 16:58

어떻게 무자님께 사죄를 드려야 하나...

그게 가장 큰 고민이라면 고민...

 

온라인상의 만남들이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이런 세련된 세상에서

얼굴을 알지 못한다고 찾아 나서지 못하고 그냥 잠자코 있는 나를 보는 재미도

엄청 쏠쏠했다.

 

평소에 음악을 무지 사랑하시는 무자님의 블방을 가끔 훔쳐보고 살던 중

석촌호수에서 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멋진 무대가 마련되었음을 알았다.

무자님은 음악뿐 아니라 음악가분들도 사랑하셔서

흠숭의 대상인 김성봉님이 그 무대에 서심을 계기로 블방님들을 초대하셨는데

평소에 음악을 사랑하는 여울가도 가보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런데 무자님은 참석 예정자 명단이란걸 만들어서 거기다 여울가 이름 석자를

낑겨 놓으셔서 책임감(?) 비슷한게 생겼다.

 

하루종일 새남터 성당에서 피정을 하고

끝나자 마자 석촌호수를 향했다.

교우들은 더 이상 인연을 만들지 말라며 내 손을 잡고 또 잡았지만

그들의 염려(?)가 어디에 있는지 난 잘 아는 터...

인간사  하도 복잡해서 날이믄 날마다 바빠 허둥대는 내가

그분들이 보시기에 안타깝기도 할것이다.

 

롯데월드가 들어서기  전에 석촌호수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동안 주변 경관이 아름답게 다듬어져 있었다.

호수 주변에 우레탄으로 만든 산책로를 걸으면서]

잠실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 출구를 잘못 나와서

동호라고 불리우는 호수를 구경하고

지나가는 길에 물오리들과 잉어들이 먹이 따먹기 경기하는 것도 구경했다.

 

동호를 지나 롯데월드 야외 놀이기구가 보이는 서호에 도착하니

멀리서 마이크 소리, 밴드 소리들이 난다.

멋진 풍경을 한컷 담는데

카메라의 밧데리가 껌벅껌벅 다 닳았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아, 이거 큰일이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을테니...

도착하니 시낭송회는 하지 않고

출연진들이 차례로 나와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으로 뵌적이 있는 김성봉님의 모습을

일단 혼자서 반갑게 만나고...

잠실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친구는 김밥과 떡, 음료를 싸들고 부리나케 왔다.

내가 이곳에 온 사연을 대충 설명하고

무자님 같은 분이 어디 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김성봉님의 리허설 모습을 밧데리가 아예 꺼지지 전에

일단 담아두고...

 

 

 

무대는

송파구청에서 격조높은 문화도시, 세계속의 으뜸 송파를 구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7월21일부터 9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토요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비싼 동네 사는 사람들은 문화수준도 격조가 있구나...

나도 오늘 하루는 송파구민이 되어보자...

맨 앞자리에 앉아서 감상 준비를 제대로 하는 있는데

주최측 사람들이 오더니 출연진들이 앉는다며 자리를 비우라네...쩝

뒤를 돌아보니 앉을만한 자리는 사람들로 이미 꽉 차 있는데

이런 열성당원(?)을 몰라보는 그들을 원망하면서...

계속 두고 봤지만 출연진은 안 앉고 나보다 더 못난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더만..ㅋ

 

시인이자 유명한 작사가 박건호 선생님의 작사 노래를 중심으로 해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박건호 선생님도 이곳 송파에 사신 지 25년이 되셨다고 한다.

최근 다리를 다치셔서 휠체어를 타고 참석하셨다.

 

아빠와 크레파스를 부른 양현경,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를 부른 장은아...

내가 노래방에서 즐겨부르는 찰랑찰랑의 이자연...

신나게 같이 노래 부르고 팔 흔들었다.

우리의 봉사모의 김성봉님의 노래...

가사가 참 재미있고 노래 편안하게 잘 부르신다.

친구는 저 노래 시디로 구워서 좀 주라고 날 채근한다.

그 노래가 뭐더라?

성냥갑속의 그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가수는 아, 대한민국의 정수라...

살이 완전하게 빠져버린 늘씬한 몸매로 어찌나 열창을 해대는지

무대 앞 봉사모 무리들이 어디로 빠져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네...

환희, 환희, 환희,...

잠자는 밧데리를 살짝 당겨서 켜서 정수라를 찍는데 바로 꺼지는 카메라...

그래도 이렇게 찍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야말로 카메라와 사투를 벌였다.ㅋㅋ

 

분명히 9시가 넘는 그 순간까지 김성봉님의 모습이 내 시야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안 계시니 이 꽁지빠진 매는 어찌해야 하나?

아무나 잡고 무자님 아느냐고 물어 볼수도 없고...

적어간 전화로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으시니

에라...모르겠다...친구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 들이키고

구경 한번 잘했네...집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좋아하던 성냥갑 속의 그대를 들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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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 속에 그대 -김성봉 작곡 박건호 작사

성냥갑 같은 작은 상자에 그대 표정 담을 수만 있다면
잊지 못할 순간들은 모두다 갖고 다니리
가슴이 터질 것같은 그날의 느낌들을 다시 느끼며
새하얀 도화지에 그려보는 장미빛같은 우리들의 꿈을
언제나 주머니속에 넣고 다니리
가끔씩은 서로의 사랑이 식어갈 때 그 순간을 뒤돌아 본다면
아 ~ 우리의 마음 그 언제나 푸르르리라
언덕위에 저 소나무처럼 영원토록 변치않을 사랑아
성냥갑 같은 상자속에 그대 표정 담으리
저 소나무처럼 변치않는 우리들의 속삭임을 담으리
그리운 그 순간들은 모두모두 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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