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강원도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상

여울가 2024. 4. 2. 20:31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상

영월 창령사에서 발굴된 오백나한상이
춘천국립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나에게로 가는 길...
특별히 반가운 유물이다.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에서 발견된 나한상羅漢像. 모두 328점의 불상이 발견되었다. 국립춘천박물관 소장.

행운처럼 찾아온 선물..

2001년 5월 1일 강원도 영월군의 창령사 터에서 경작지 평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땅의 소유주였던 김 씨는 사찰을 짓기 위해 땅을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땅을 파기 시작하자 어른 팔뚝만한 돌덩어리가 다수 묻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낌새에 집중적으로 파보니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한 석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은 그렇게 선물처럼 우리 곁으로 찾아온 보물이다.

오백나한상이 출토된 창령사는 고려 시대에 창건되어 조선 전기에 가장 번성했던 사찰로 파악되며,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의 규모도 작고 산골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조 오백나한상을 봉안할 정도로 당시 창령사의 불교사적인 위상은 매우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나한 신앙은 보편적인 고려 시대 불교 신앙 중 하나이다. 부처의 제자로서 뛰어난 수행 끝에 구극(究極)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일컫는 나한은 점차 신통력을 갖춘 존재로 인식되어 그림이나 조각으로 만들어지며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영월 창령사 오백나한상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돌에 새겨진 나한의 얼굴이 바로 민중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아주 친숙한 사람들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울고 웃고 입술을 꽉 다물고 무언가 수줍고 슬픈 표정도 짓는다. 
오백나한상의 웃음은 아이들 같은 세간의 해맑고 천진한 웃음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분의 웃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되는 웃음이다. 우리 자신의 일상적 삶이 드러나는 표정들이다.

나한의 시선은 일반적으로 정면 위주이지만 일부는 측면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거나 어떤 생각에 잠겨 턱을 괴고 있는 모습, 
바위 뒤에서 살짝 고개만 내민 흥미로운 나한도 있다. 이중에 고개를 돌린 나한상이 많은 것은 마치 사람들의 바람을 하나하나 귀담아 들어주는 것처럼 지그시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창령사 터에서 발견된 오백나한은 멀지만 만만하고 친근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들 바로 옆에 사는 사람들, 아니 그런 우리 속의 나 자신이 된다. <지식백과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