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경상도

거창...(문예 창작 연수를 다녀 와서).

여울가 2007. 8. 19. 19:17

방학 전에 신청해 놓았던 국어과 연수 가는날이 다가 올수록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서림이 심했다.

심신이 극도로 피곤해서 도저히 일정을 소화해 낼것 같지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집결 장소로 향한다.

전세버스 4대..연수 인원 160명...대규모...

먼저 이름표를 찾고 승차할 차를 정한 뒤

8시10분에 출발...

같이 간 친구,후배들과 만나서 자리를 잡는다.

벌써 여러해 동안 실시해 온 연수인지라 여러번 참가하는 분들이 많았고

나처럼 처음인 경우는 드문 듯 했다.

4호차...

백미문학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먹을 것과 마실것,책자등 자료등을

배부하는데 몹시 친절한 도우미들이란 걸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ㅋㅋ

 

회장인 신정화 쌤님의 초대글을 인용해 보면

거창하고 싶지 않아도 거창한 연수가 될 것이라고...

경남 거창에서의 연수...

수승대 바위에 거창고 전성은 교장선생님의 교육사랑을 새기고

수승대 바람결에 일렁이는 신달자 교수님의 열정을 캐내고

수승대 노송 아래 이종일 회장님의 거창국제연극제  연극 흉내도 내 보자고...

 

버스가 달린다.

전북 무주 설천면의 나제통문을 지나

덕유산 빼재(신풍령,수령)를 넘는다.

덕유산 산마루는 전라북도와 경산남도의 경계선을 이룬다.

서편은 전라도 무주, 장수땅이고 동편은 경상도 거창, 함양땅이다.

예전에는 산마루를 사이에 두고 백제와 신라가 갈렸다.

덕유산에 짙게 깔린 운무들이 우리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춤을 춘다.

 

#거창고등학교

 

내리던 비가 잠시 그쳤다.

대안학교로 시작된 거창고등학교는

지금은 타지에서도 학생들이 앞다투어 입학하기를 원하는

입시 명문학교가 되었다.

지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4874명의 졸업생중

 90%인 4386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학교 강당 뒷편에 걸려있는 '직업선택의 10계'라는 유리 액자의 내용을 보면

 

[거창고 직업선택 10계명]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 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결사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언뜻보면 현실성도 없고 피해야 할 요소들 뿐이지만

전성은 교장 선생님은

인간이 무엇이 되는냐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를 가르치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흰 고무신을 신으신 전성은 교장님의 특강을 듣고 학교 식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수승대

난생 처음 밟아보는 거창 땅에

이렇게 놀랄만한 절경을 갖춘 명승지가 있다는 걸 알고 정말 놀랐다.

비가 많이 내려 수승대의 거대한 물결은 발을 담그기조차 무서울 만큼 힘차게 흘러 내렸다.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750-3번지 소재...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였고

두 나라가 대립되어 있을 때 이곳에서 사신을 떠나보내면서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 해서 근심 愁와 보낼 送을 써서 수송대라 했는데

1543년 퇴계 이황 선생님이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 하며

수승대(搜勝臺)로 고쳐 부를 것을 권했다고 한다.

 

 

  

 

#너는 이 세가지를 명심하라...

이틀전 이스라엘 성지 순례에서 돌아 오셨다는 신달자 선생님의 특강...

가녀린 몸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마력을 가졌다.

이곳 거창 출신으로 지주를 할아버지로 둔 아버지는

한글도 배우지 못한 어머니와 자식들을 내버려두고 작은집들을 전전하며 사셨다고....

그 어머니의 한많았던 인생살이와 자기 자신의 어려웠던 질곡의 삶을

시를 읊듯이, 때로는 피를 토하듯이 토해내셨다.

한을 시로 승화시키신 분이라 생각이 들었고

참으려 애를 써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글을 잘 쓰시려거든 말씀이나 좀 못하시든지....

못배운 친정 어머니께서 한글을 배우시고 난 후 쓴 편지에

'달자 보아라.

 1. 죽을 때까지 공부해라.

 2. 돈도 벌어라.

 3. 행복한 여자가 되거라.

 니 에미가'

이 세가지를 명심하라고 하셨단다.

 

 

 

 #특강

사방이 트여있는 야외 극장인 수승대 축제극장에서의 특강이 계속되었다.

거창 군수님은 거창 홍보대사답게 거창을 자랑을 늘어 놓았다.

그리고 거창 포도를 잔뜩 선물로 내놓으셨다.

 

 

이어서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이신 이종일님의

'학교 연극의 이해와 연극 만들기'강의가 이어졌다.

교사는 모노드라마의 배우다" 라는 생각으로 학생들 앞에 서야한다고 했다.

또한 '학교현장에서 연극 만들기' 의 주제로 연극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해

세세하게 강의하였다.

1. 주제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텍스트 선정하고 

2, 인물의 성격에 맞는 배우의 선정이 중요하며

3. 대본 분석 -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대본의 주제,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 파악, 배경 인식, 등에 대해 충분한 분석을 통해

   그 내용을 소화시켜서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한다.

4. 대본 읽기 - 발성법 즉 말하는 속도, 고조, 감정표현, 감정이입 등

                    말을 맞춰가며 연습해야 한다.

5. 행동선 긋기 - 암기한 대사를 무대 위에서 실전으로 연습하는 것으로

    인물들이 무대에서의 위치, 이동에 대해 익히고 소품의 위치도 정하고

   몸의 방향은 항상  관객을 향해야 한자.

6. 리허설을 통해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보충 보완하여 재점검하는 것으로

   연극의 준비를 다하는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하셨다. 

  지붕을 내리치는 강한 빗줄기와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 속에서 듣는 강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거창국제연극축제

  빗줄기는 더 강해지고 거창연극제에 올린 연극"황금 연못'를 보았다.

장두이 레파토리중의 하나...

은퇴한 노부부가 황금연못이라고 불리는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시골에 살고 있다.

그들은 딸을 하나 두었는데 딸과 아버지의 관계가 아주 소원하였다.

딸이 결혼 상대자를 데리고 시골로 찾아오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었다.

맨 앞자리에 앉은 까닭으로 배우의 침세례와 빗줄기를 동시에 받아야 했다.

모두 우비를 눈사람들처럼 뒤집어 쓰고 장대비를 맞으며 야외에 앉아서 연극을 본다.

만약 무료 공연이었다면 우리는 모두 연극 보기를 사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