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건대입구역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한편을 보았다.
그곳 영화관에 소극장처럼 생긴 아르떼라는 곳이 있는데
관객 입장 정원이 45명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은 나와 젊은 여학생 단 두명이었다.
다큐멘타리 영화 [할매꽃]
이 영화를 만든 문정현 감독은 우리 옆마을에 사는 선배언니의 아들이다.
선배 언니 집안의 가정사 아니 우리나라 분단의 역사를
그대로 몸으로 부딪치면서 살다 가신 언니네 어머니의 일생을
외손자인 문감독이 잔잔하게 때로는 냉철한 시각으로
펼쳐내고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우리 마을 상대....
그리고 그 언니네 마을 중대...
또 한곳 예전에는 하대라고 불렀다던 풍동마을...
혹여라도 이 영화로 인하여 남아 계신 고향 어른들끼리
예전 고릿짝적의 안좋았던 감정들을 들춰내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염려가 들었다.
내 어렸을 때 양반 체면에 상민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교회라고
아버지는 교회를 안 다니시면서도
우리 자매들은 모두 풍동 마을에 있는 대안교회에 다니는 것을
눈 감아 주셨었다.
고분을 병풍처럼 뒤로 한 내 어릴적 추억 속의 우리 교회가
흩날리는 눈을 이겨내며 꿋꿋이 서 있는 영화속 풍경을 보곤
고향 생각이 사무쳤다.
아직도 그곳에 살고 계시는 아짐, 아저씨들의
인터뷰를 보고...
또 그 언니네 형제들...
경순언니, 경애 언니, 경란 언니, 경애 언니 세월을 거부하지 못하고
늙으셨지만 어렸을 적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내 동창인 종천이도 있는데 목사님이셔서인지 인터뷰에 안 나왔고
그 동생 종대와 경아...모두 반가운 얼굴들이 스크린에 가득 찬다.
특히 문감독 어머니인 경순 언니의 당차고 확고한 자기 주장에
여성 전사의 힘이 느껴졌다.
좌익과 우익, 양반과 상민...
이런 역사가 우리들 머리 속에 아직도 존재하는가?
지난 날을 더듬는 어른들에게서 역사란 쉽게 지워지거나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문감독의 부모님이 문감독의 질문에 서로 상반된 대답을 하는 장면에서
저리도 사람마다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는거라는 걸 절감했다.
서울에서 스크린을 통해서 본 내고향
나주군 반남면 대안리 일대의 풍경...
어머니 돌아 가신 후 한번도 고향에 가 보지 못한 내게
고향에 다녀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오늘까지 롯데시네마의 영화가 끝나고 이어서
대학로 CGV에서 영화가 계속된다니까
혹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고향 구경 한번 해 보시길...
세월이 많이 변했는데
사람들은 생각은 그만큼 변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문감독의 [할매꽃]이 [워낭소리]만큼 대히트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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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꽃>은 어떤 이야기? | ||||||||
한학을 깨우친 양가집 규수였던 문 감독의 외할머니는 좌익 활동에 가담한 오빠와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항상 '남'을 먼저 생각했던 호인이었다.
그러나 오빠는 절친한 지인의 오빠에게 자수하러 가던 길에 즉결 총살을 당하고, 남동생은 그런 탄압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 총련 간부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외할아버지는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술로 살았고, 작은 외할아버지는 형을 면회하러 가던 길에 총성을 듣고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외할머니의 고향 마을은 양반과 상인 마을로 나뉘어 학살과 반목을 거듭했다. 지금도 그러한 갈등은 암약해 있다. 외가 식구들은 예나 지금이나 '연좌제'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간 외삼촌 할아버지와 그의 가족은 재일조선인이란 낙인이 찍힌 채 버거운 삶을 감내해야했다.
문 감독은 본인의 내레이션과 함께 외가 친척들은 물론 외할머니의 고향인 상대 마을 주민들, 그리고 일본의 친척들의 목소리를 나지막이 담아낸다.
더불어 1세대의 상처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외할머니의 오빠를 총살했던 경찰의 자손)로 만나야 하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를 통해 자식 세대의 화해까지 모색하고 있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파상을 수상했으며, 제5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5회 두바이국제영화제, 제24회 바르뱌사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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