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업영성관에 짐을 푼 우리들은 해가 더 지기 전에 십자가의 길을 시작했다.
십자가의 길 입구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들이 준비되어 있어
그 중 한개의 십자가를 각 처마다 번갈아가며 매기로 하고
제 1처 부터 십자가의 길을 시작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예수님의 수난을 담은 각 처마다 밝은 빛이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십자가의 고통을 순명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져야 할 십자가를 순명하며 받아 들이고
잘 견디며 살다가 예수님처럼 부활의 영광을 얻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양업영성관....
7시부터 8시까지 우리들이 태중에 있을 때부터 성인기에 이를 때까지 받은 상처들을
회상하면서 기억에 있는 것, 기억할 수 없는 상처들을 들추어 내면서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용서해야 할 사람의 이름과 내가 고쳐야 할 악습을 종이에 써서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그리고...
2층에 자리한 경당에서 8시부터 9시까지 성체조배...
하느님과 함께 한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 가는지..
9시부터 12시까지...
10명의 나눔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 3시간이었다...
배도 고픈지 모르고...
졸음이 오는 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때로는 함께 눈물도 흘리면서...
사는 게 이리도 힘든 일인 것을...왜 나만 겪는 고통이냐고...
그러나 알고 보면 너에게도...나에게도...모두 고통 한가지씩은 숨어 있었던 것을..
커다란 방에서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묵주기도의 길로 나갔다.
골짜기를 따라 묵주들이 늘어서 있는데 아담하면서도
정겨움이 넘치는 묵주 기도의 길이다.
우리들의 기도 길에 다람쥐가 앞장을 서고
우리을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 바람에 꺾인 갈대가 십자가를 만들면서 우리들을 반겨 주었다.
묵주기도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십자가 모양의 갈대를 보고 우린 아이들처럼 좋았다.
골짜기 건너편에 머위들이 얼마나 많이 있던지...
이 살림하는 아줌마들은 그걸 보고 참지 못하고 말았다...
기어이 성지에 와서 일을 저질렀으니
쑥,비단나물,머위 등을 캐기 시작....
살림꾼과 비살림꾼으로 단박에 나뉘어지는 순간이었다...
채취한 나물을 수녀님 보시면 야단맞을까 봐 옷 속에 숨겨서
가방에까지 나르는 데 이거 고해성사 봐야 하는 일 아닌가 몰러...
하느님 집에서 자란 봄나물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는
먹어 본 사람만이 아는 일...
나도 머위 잎 20장 얻어서 쌈 싸먹었다는 고백을 하면서
미사 시간에 맞춰 우리의 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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