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마음의 양식

강영우박사님과 석은옥 스토리

여울가 2013. 10. 16. 11:46

 

[석은옥 스토리]

"지금은 고생스런 석의 시대지만 은의 시대, 옥의 시대가 온다."

석은옥의 본래 이름은 석경숙이다. 그는 여대생이 되자 남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문과 1학년 때 걸스카우트 회원으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날 불쌍한 맹인 학생 강영우를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누나마저 잃은 상태였다. 영우는 그 때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은옥과 나이차가 커 보이지만 실은 1년 4개월 차다.  골키퍼를 하다 공에 맞아 실명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마치는 시간, “누가 소공동에서 광화문 정류장까지 데려다 줄 사람이 없겠습니까” 하는 말에 기꺼이 자원했다. 그의 손목을 잡고 갔다. 그 잡은 손이 평생을 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사람들은 영우를 보며 “재수 없다”고 침을 뱉었다. 맹인은 그만큼 천대를 받았다. 그런 그를 10년 넘게 누나 역할을 하며 그의 눈이 되어주었다. 영우도 맹인 최초로 연세대 장학생이 되었다. 혼기가 되자 경숙은 여러 번 선도 보았다. 하지만 결국 영우의 청혼에 응답했다.

영우는 장미꽃을 바치는 간절한 심정으로 그에게 석은옥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지금은 석의 시대로 고생스럽고 힘들겠지만 곧 은의 시대가 오고 옥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영우가 연세대 인문대학 전체 차석으로 졸업하면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미국으로 갔다. 두 아들도 태어났다. 영우가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맹인을 받아주는 데는 없었다. 영우는 크게 절망했다. 그 때 은옥은 영우에게 믿음으로 굳게 서도록 붙들어 주었다. 절망의 낭떠러지에 선 그들의 외침을 하나님은 외면하지 않고 길을 열어주셨다. 교수도 되고,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일도 맡았다.

훗날 영우는 죽기 전 남긴 글에서 은옥에게 좌절에서 용기를 준 그 때를 상기하며 정말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석은옥이 없었다면 강영우도 없었을 것이다.

석은옥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너희는 하나님의 자녀이다.”라며 그리스도인의 아이텐티티를 확실하게 심어주는 데 열중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요긴한 인물이 되라 했다. 강영우는 가고 없지만 그와 함께 한 석은옥과 두 아들이 남아 옥의 시대를 열고 있다.

어디 석은옥과 강영우 뿐이랴. 고난을 이기고 새로운 시대를 빛나게 여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련의 인생 학교를 우수하게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늘 감동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