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마음의 양식

추운 날 생각나는 시...연탄 한장

여울가 2014. 12. 10. 23:25

 

연탄 한 장 ​

                                                                               - 안 도 현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