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 한 개의 힘
#1. 대모가 되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낯이 설지는 않았지만 누군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 아가씨가
막 미사를 끝내고 나서려는 내게 인사를 했다.
"누구신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작년 10월에 제게 묵주 주셨잖아요."
그제서야 난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10월 어느 목요일이었다.
나는 공동체 회합을 가는 날 명동성당의 오후 6시 미사를 봉헌한 후
공동체에 가곤 하는데, 부지런히 명동성당을 향해 걷는 내게 그녀가 다가와서
명동성당 가는 길을 물었다.
마침 내가 명동성당에 가는 길이니 날 따라 오라고 했다.
서울에 살면서 명동성당엘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데
구경삼아 한번 가 보는 길이라고 하였다.
부모님께서 가톨릭 신자이신데 현재 쉬는 교우라고 했다.
그녀는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상태라고...
지금 미사가 시작 될 텐데 함께 미사를 봉헌하자고 권했더니
“그래도 되는 거예요?”하면서 순순히 따라 들어왔다.
옆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미사 전례를 간단히 설명하면서 미사를 봉헌하였다.
난 공동체에 가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갖고 있던 묵주를 그녀에게 주면서, 명동성당 사무실에 그녀를 안내하고
'예비자교리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지 6개월이 지났고, 그녀는 나를 만나기 위해 명동성당에서
6시 미사를 봉헌하곤 했었다고 한다.
지난 6개월 동안 교리 교육을 받았고, 4월에 영세를 받게 되었는데 내게 대모가 되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느님, 감사합니다.
#2. 묵주
그녀에게 줬던 묵주는 내겐 매우 귀한 묵주였다.
내겐 고등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가톨릭 신우회가 있는데,
가톨릭 신자로 구성된 동창 친구 33명이 단체 카톡방에 모여서
지난 2013년 9월부터 묵주 고리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쉬지 않고 봉헌하는 묵주기도가 그동안 25만단을 돌파하고 있다.
그 신우회 친구 중에 혈액암 투병 중인 라파엘라는
성 베네딕또회 요셉수도원에서 실시된 1박2일 피정에 오면서
친구들을 위해 묵주를 만들어 와서 선물하였다.
그녀는 힘겨운 암 투병 중에서도 기도생활을 열심히 했고,
늘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을 하는 모범적인 신자였다.
그 친구가 내게 선물해 준 묵주를 그녀에게 줬었다.
난 그녀가 영세를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친구 라파엘라가 떠 올랐다.
세례명을 어떻게 정할거냐고 물었더니
'라파엘라'나 '미카엘라' 중에서 고르겠다는 말에
난 너무도 깜짝 놀랐고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묵주를 줬던 라파엘라는 올해 1월 하느님 품으로 가고 말았는데,
라파엘라의 묵주가 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내 친구 라파엘라는 천사가 되어 하느님 나라로 훨훨 날아갔지만,
내게 남긴 묵주를 인연으로 새로운 천사가 내 곁에 남게 되었다.
#3. 세례식
2017년 4월 9일 오후 2시...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시기의 성주간이 시작되는 성지주일 날에
그녀는 미카엘라로 새로 태어났다.
대모를 서게 된 나는 하느님 앞에 한없이 부족한 죄인이지만 그녀보다
하느님 사랑을 더 먼저 받은 사람으로서 주님께 받은 복을
미카엘라에게 전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같은 신앙 안에서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하고
모범을 보여줘야 할 텐데 어깨가 무거워진다.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같이 손잡고 가는 동반자로서 주님 앞에 가는 그날까지
정답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녀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린다.
"하느님의 백성" 2017년 7월호
http://www.came.or.kr/mag/mag2017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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