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김혜자
천신만고 끝에 병세가 나아져서 다시 재기할 무렵,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가족이 손을 놓고 틈만 나면 죽을 생각뿐인 나에게만 매달렸던 터라 금전적인 문제도 심각했다.
전엔 지점장이 맨발로 뛰어나오던 은행은 이제 지랄을 하고,
작가 김정수 선생님과 고두심, 나문희 언니에게 몇 백만원씩 꾸어 급한 일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사업을 수십년 한 남편은 어디서 일억도 구해오지 못했고 몇 백억 자산가인 시누이도 모른 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너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하니?
추접스럽게 몇 백만원씩 꾸지 말고 필요한 액수가 얼마나 되니?" 하셨다.
언니는 화장품 케이스에서 통장을 꺼내시며 "이게 내 전 재산이야.
나는 돈 쓸 일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에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그리고 갚지 마. 혹시 돈이 넘쳐 나면 그때 주든가" 하셨다.
나는 염치없이 통장 잔고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모든 은행 문제를 해결했다.
언니와 나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는 그렇게 못한다.
얼마 전 언니가 아프리카에 가신다고 하기에 나는 언니가 혹시 납치되면
내가 가서 포로 교환하자고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나는 무조건 간다. 꼭 가고야 만다.”
- 김수미,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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