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충절의 고장, 문화도시 영월이야기

관객참여 음악극 '가객 박인환'

여울가 2024. 5. 22. 14:08

관객참여 음악극 '가객 박인환'

강원도가 배출한 춘천의 김유정,
평창의 이효석, 철원의 이태준, 강릉의 김동명, 그리고 인제의 박인환....

그 중 한국문학에서 가장 낭만적인 작가이자 시대를 뛰어넘는 감성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박인환의 생애를  강원도립극단에서 <가객 박인환>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은 강원도 7개지역을 순회한 후 6월30일에는 경주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다.

시인 박인환의 삶과 시 세계를 춤과 음악으로 재구성했는데, 31세의 짧은 생을 살면서도 정치젹인 이념을 의심받아 숱한 고문과 삶의 고뇌에 빠져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매년 강원도립극단의 공연을 봐오고 있는데 이런 문화적 호강을 할 수 있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인환의 대표작으로는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열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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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1926~1956): 1926년 강원 인제 출생, 평양의학전문학교 수학, 시집 <박인환선시집(朴寅煥選詩集)> 출간.

1956년 봄, 어느 날이었습니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때였지요.
시인 박인환은 10년 넘게 찾아보지 못한 망우리의 첫사랑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스무 살 풋풋한 나이에 무지개처럼 만났다가 헤어진 여인의 ‘눈동자’와 ‘입술’은 흙에 덮여 사라졌지만, 그에게 남은 회한은 컸지요.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일까요. 영원히 떠날 마지막 길에 연인의 무덤을 어루만지며 작별을 고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때 이미 ‘세월이 가면’의 초고가 몇 문장 마음에 새겨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날 명동의 문인 사랑방 ‘명동싸롱’에서 허한 가슴을 달래던 그는 맞은편 대폿집 ‘경상도집’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극작가 이진섭, 언론인 송지영, 영화배우 나애심이 있었죠. 술잔이 몇 차례 돌자 그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랐지만, 그녀는 좀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진섭이 박인환에게 “시를 써 주면 나애심에게 불러달라고 할게”라고 했죠. 그는 펜을 꺼냈습니다. 즉흥시를 넘겨다 보던 이진섭이 그 자리에서 작곡을 하자 나애심이 콧노래로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세월이 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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