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가톨릭 성지순례(국내)

단내 성지를 다녀오다.

여울가 2006. 7. 4. 14:29

#셀레임으로 출발



화창하게 내리쬐는 좋은 햇살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전에 없이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들어온 작은 아들...
일어나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현관문을 나서 약속 장소로 가는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고 마음만 바쁘다.



공동체 회장님의 봉고 앞 유리에 <새천년 복음화 사도회>라고 쓰여진 글씨가
왜 그리 자랑스러운지...
반기는 식구들이 정겨운 아침...
워낙에 좋은(?) 운전 기술로 정평이 나 있으신 우리 회장님의 무사 운전을 위해
기도하는 손들이 어여쁘고, 좀 천천히 갑시다를 연발하니 겨우 140을 달리신단다.ㅋㅋㅋ...



마음대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밤새 굳어있던 허리 운동으로 몸 풀기를 하고
각기 가지고 온 간식을 풀어 놓는다.
공동체국에서 보내온 떡에서도 정이 포실포실 묻어 나오고...
아예 친정 엄마보다 우리를 더 잘 챙기는 크리스티나, 속내 깊은 베로니카,
길다랗게 묶었던 흰머리를 예쁘게 잘라내셔서 더욱 귀여워지신 막달레나 형님,
우리 공동체의 든든한 막내둥이 레오나...
그리고 인기 절정이신 안드레아 회장님...
늘 조용한 미소로 자매님들 마음을 녹이는 마르꼬 부대표님...
세굴라 공동체의 마리아 형님과 마르티노 형제님께서 동승하셨다.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을 아쉬워하며 우린 단내 성지를 향한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유인물을 복사해 오신 안드레아 회장님의 철저한 준비로
십자가의 길은 시작되고...
이 14처의 길은 나 홀로 걷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같이 걸어가는 길...
산비탈을 빙 둘러 가며 예수님의 고난과 우리가 함께 만난다.



-타인에게 나를 먹거리로 내어놓게 해 주십시오.-
-일상사의 작은 고통이나 어려움 앞에서 아버지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세상의 권력 앞에서 진리를 저버리지 않는 올곧은 마음을 주소서.-
-제가 순명하게 해 주십시오.-
-나에게는 당신의 굳셈보다는 약함이 필요합니다.-
-저는 주님 십자가의 파편 하나를 지고 가지만,
주님은 파편을 제외한 제 모든 짐을 지고 가심을 상기시켜 주십시오.-
-어려운 이에게 베푸는 친절이 실은 당신께 베푸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제 혀를 잘 다스리게 도와주십시오.-
-제 마음이 가난하게 되어 당신 안에서 풍요를 누리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영광에는 늘 함께 했지만, 당신의 수난에는 그저 조용히 숨죽이고
도사린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를 버리지 마옵소서.-
-당신을 통해서 제가 가르치고 제가 참아받고 제가 행하게 해 주십시오.-
-제 안에서 나날이 파스카의 생명이 승리하게 하소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미사



성당 안이 비좁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앉은 형제 자매님들...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숙연함과 하느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에 감사를 드린다.
신부님 부임 두 달 만에 성지와 성당을 두 팔로 축복해 주시는
예수성심상을 세우게 되셨다는...




그 뿐인가?
골조 공사 중 중단되었던 성당 공사와 엄청나게 비싼 야외 제대까지
마련하시게 되는 과정 과정들이 결코 인간의 생각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하느님의 크신 은총의 역사였다.


건강을 많이 상해서 이곳 단내 성지로 오셨다는 신부님을 세워
1년 여만에 이리도 은혜로운 성가정 성지를 가꾸게 해 주신 하느님...

1804년에 단내에서 출생하여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정 은 바오로와 종손자 되시는 정 베드로 순교자...
성 이문우 요한 성인,
남매지간 이셨던 성 이요한 베드로, 성녀 이소사 아가다...
부부셨던 성녀 조증이 바르바라와 성 남이관 세바스티아노...
순교자의 거의가 가족 순교자들이기에 이곳을 성가정성지로 꾸미게 되셨다고 한다.



영성체 시간...
본당에서 성체 분배 봉사자 되시는 분 앞으로 나오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성체 봉사자로 앞에 서신 형제님들이 모두 우리 복음화 학교 가족이셨다.
교장 선생님은 이럴 때 얼마나 행복하실까?

이천 출신의 5위 성인의 기념성지인 단내 성지는 앞으로는 단천이 흐르고

뒤로는 숲이 울창한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에서 멀지 않는 거리에 있어
앞으로 순례하는 신자들이 점점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성심상 그리고 검은 바위와 굴 바위

예수성심상에 오르는 길에...
공동체 국장님께서
"회장님 기 좀 빼 오세요..."
(새천년복음화 사도회 깃발이 나뭇가지에 꽂혀 있었다..)
우리 회장님 말씀...
"저는 귀 빼면 안들려서 어찌 살라꼬요??" ㅋㅋㅋ...



와룡상 정상에 위치한 7미터 높이의 예수성심상은 단내 성지를 들어서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고 그 따스한 품에 푹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워낙 높은 곳이어서 영동 고속도로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성심상 앞에 모여 기도도 하고 성가도 부른다.




성당에서 1Km떨어진 곳의 검은 바위엔 인자한 모습의 성모님이 우릴 반긴다.
또 다시 1Km...
두 사람은 손잡고 걸을 수 없을 만큼의 오솔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수번...
정 바로오 가족과 신자들이 병인박해를 피해서 숨어 지냈다는 굴바위가 나타난다.
두 사람도 채 눕지 못할 정도의 좁은 굴인데 굴 앞이 낭떠러지여서 은신처로는 상당히 좋은 곳 이었을 것 같다.




어느 날 어린 아이를 바위굴에 남겨 놓고 어른들이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굴 입구에
호랑이가 아이를 지키고 있고 아이는 편하게 잠들어 있었다는
일화를 담은 푯말이 굴옆을 묵묵히 지키고 서 있었다.


울긋불긋 단풍과 낙엽되어 떨어진 소나무 잎들이 푹신푹신 발아래 밟히는
호젓한 가을 숲길을 차마 그냥 두고 내려 올수가 없어
우린 그 숲길에 주저앉는다.


더러는 눕기도 한다.
두메꽃... 내가 좋아하는 것... 엠마오스... 주님 나의 길에서...
우리들이 부르는 찬미의 성가는 와룡산 골짜기를 타고
꼭대기의 예수님 귓전을 간지럽혔으리라.


#다시 일상으로



참 좋으신 주 하느님,

이 좋은 날을 저희에게 허락하시어
오늘 하루 주님의 품안에 저희를 푹 안기게 해 주셨으니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돌아오는 길에도 함께하시어 우리는 돌아가며 성가를 불렀고
김종숙 모니카 형님은 웃으며 잘한다를 연발하셨으니
그런 우리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도 분명 좋으셨으리...

성지 순례를 위해 애쓰신 여러 임원님들과 가족들께 감사드리고
주님께서 100배로 갚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자료실에 사진 몇장 올렸습니다.


못 가신 님들 아쉬움을 사진으로라도 달래소서...
주님의 평화가 항상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 멘.

                             (200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