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태초에 하느님께선 우리나라를 무지 사랑하셨나보다.
이토록 짙푸른 하늘을 주시고...
이토록 어여쁜 단풍을 주시고...
이토록 다정한 복음화 식구들과 함께 하게 해 주시니...
몸살감기로 밤새 끙끙 앓은 몸을 이끌고
그래도 가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명동으로 가는 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으슬으슬 추위를 느끼면서...
반가운 식구들의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니
아, 나도 이젠 영락없는 복음화 가족이구나.
4호차에 배당받아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면서
영광의 신비 묵주 기도로 버스는 출발한다.
천안 성거산(聖居山)성지...
말 그대로 교우들이 거룩하게 살았던 그 곳...
해발 700미터가 넘는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 정상에 도착하니
이곳이 수많은 순교자를 품어 안은 땅이로구나.
하늘을 품은 곳이구나.
야외 미사를 위한 제대가 마련되어 있고
오늘은 특별히 성거산 순교성지 후원회원을 위한
소학골 님들과의 향연이 펼쳐지는 날이라니
우리 주 하느님께선 자상하시기도 하셔라...
복음화 식구들 바빠서 문화실조 걸린 것까지 어찌 아시고
이리도 좋은 축복의 땅에서
감미로운 음악으로 취하게 해 주시니...
연중 제30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님의 강론말씀은
우리들이 늘 선생님께 들었던 바로 그 말씀이었으니
더욱 더 놀랍고 마음속 깊이 새길 수밖에....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의 언행과 삶 그 자체가 전교다.
우리의 삶이 바로 복음화이므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살아야 한다.
주님을 위해서 이 땅에서 죽어간 순교자들은
죽음의 장면에서 엄청난 복음을 선포한 것이다.
전교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지상 명령이다.
순교자들은 그들이 배운 신앙의 지식을 실제 삶으로
실천하면서 사셨다.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이 하느님을 증거하고 찾았던
순교자들의 아름다운 삶을 우리들도 본받자.
내 자신이 먼저 복음화가 되어야 남도 복음화 시킬 수 있다.
우리 자신부터 먼저 회개와 반성을 해야 한다.
높은 산에 그리도 아늑한 양지바른 너른 땅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했다.
성거산 성지의 자원봉사자님들의 정성어린 점심...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맛있게 그리고 배부르다 싶은데도
두 숟가락의 밥을 더 얻어먹으면서...
아, 이것이 주님을 아버지로 둔 축복받은 우리들이기에
맛볼 수 있는 행복이로구나...
점심 후 줄무덤에서 시작되는 15처의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한다.
[묵상포인트/예수님의 십자가 로정]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심.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제3처. 예수님께서 첫번 째 넘어지심.
제4처 예수님께서 어머님을 만나심.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심.
제6처. 베로니카가 예수님의 얼굴을 씻어드림.
제7처.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여인들을 위로하심.
제9처. 예수님께서 세번째 넘어지심.
제10처. 악당들에게 예수님의 옷을 벋기우심.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돌아가심.
여기까지의 조형물은 성 마리아 광장까지 올라가는 사이에 설치되어 있고,
아래 셋은 마리아 광장에서 제2줄무덤 사이에 있다.
제13처. 예수님의 시신이 내려짐.
제14처. 얘수님께서 땅에 묻히심.
제15처. 예수님께서 부활하심.
줄무덤...
미군들이 1959년 군사 도로를 내는데 그때 이름없이 순교한
꼬리가 없는 무덤이 107기 발견되어 그들을 이장한 무덤들이라고...
줄무덤에 엎드려 기도하고 절도 하고...
1866년 병인박해 때 프랑스의 선교사 신부님들이
숨어 지내시면서 사목활동을 하고 중국으로 탈출할 수 있게 도왔던
10분의 순교자가 참수형을 당했다는 소학골 교우촌...
그 외에도 이름없이 순교하신 교우들이 2곳의 줄무덤에
잠들어 계신 곳...
곧이어 시작된 숲속의 작은 음악회...
소프라노 김정희 마르소피 자매의 성가곡[성인찬미가]
복음성가를 부르시는 연광흠 바오로 신부님의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를 인용한 [오늘 이 하루도]
소프라노 손강은 레지나 자매의 [그리운 금강산]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아래
가수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은 음악회...
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만물은 참으로
위대하고 아름다워라...
음악회가 끝난 후...
한국의 순교 성인 103분과 순교자 5분의 이름을 새긴
도자기 항아리로 만든 호롱등의 기도처들...
경건한 마음으로 산책로를 따라 돌며 기도를 한다.
50처가 넘는 곳에 이끼 긴 기와로 경계를 표시하고
정겨운 야생화들의 이름표까지 붙여두신 그곳 교우들과 신부님의
사랑과 자상함에 감탄하면서
작고 귀여운 이름없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이름없이 숨져간 순교자들의 넋이라니...
풀 한포기, 기왓장 하나에도 신앙의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혼이 담겨 있을 것 같아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오늘 주님께서 내게 베푸시는 한없는 은총의 선물을
온 몸으로 만끽하면서 아팠던 몸이 훨훨 날 것 같았으니
교황 바오로 6세께서 말씀하신
“나의 입이 하느님을 선포하고, 나의 눈이 하느님의 사랑을 보게 하고,
나의 손이 이웃의 손을 잡아끌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제가 되게 해 주소서.
한국의 순교성인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05.10.24)
(위 글 중 사진은 푸른빛 님의 블로그에서 스크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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