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백성 공동체의 일원이 된 후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는 하계 수련회...
장소가 어디더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솔모루 팬션...
솔모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바다동이라 불리우는 백색 2층 건물이
내 눈을 따~악 사로잡는다.
그런데 일기예보가 문제로다.
출발하는 날은 비가 오고 다음날도 우산과 해가 동시 출연해 있으니...
주님, 저희에게 좋은 날씨를 허락하소서!
#첫째날(7월 28일 목요일)
억수같은 장대비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걱정과 함께 쏟아져 내린다.
100여명의 취사에 필요한 짐과 잡다한 도구들을 어찌 실어야 하나?
전혀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상황임에도 걱정 근심은 마음을 짓누른다.
명동에서는 3대의 버스와 봉고가 출발하기로 되어 있고
우린 승용차를 이용하여 출발했다.
가는 길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 주님께서 비도 보게 하시고
산안개도 보여주시고 밝은 햇빛도 보여 주시니...
우리의 목적지는 어은돌 해수욕장에 자리잡고 있었다.
숙소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자갈모래사장...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섬들...참으로 좋은 곳,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도착 후 드린 첫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신부님 강론은 남을 배려하는 생활을 하자...
선생님 말씀은 큰소리를 내지 말자...였다고 전해 들었다.
맛있는 찰밥과 나물, 오이냉국으로 점심을 마치고...
내가 속한 2조는 저녁밥 준비 당번이므로 저녁 준비 시작....
메뉴는 소머리 국밥...
아 참, 간식을 먹었지...따끈 따끈한 찐 감자로...
총 3박4일의 여정동안 10개조로 나뉘어져 한끼를 한조가 맡아서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아마 내 평생 음식 재료로 그렇게 많은 양의 고기를 본 적이 없지...
소머리 부위를 물에 담궈 핏물을 빼기 시작...
조장이신 정 효주아네스님은 혼자서 모든 요리를 다 해결하신다...
우리한텐 저리 가서 쉬고 있으라고...(밀려드는 행복감^^)
그래도 잠시 잠시 들여다보는데...
커다란 들통 두 개에 나눠 담긴 소머리고기들은 엄나무와
이름 모를 한약재와 함께 뜨거운 들통에서 헤엄을 친다...
2시간여 끓이고 난 후 간을 보고 또 보고...
살짜기 시식도 해 봄시로...
아후~~!!!맛있는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살코기가 맛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네...
콜라겐이 많은 부위가 가장 좋다고 또 먹어 보라는데...
아무튼 우리 2조는 왕대박이었다...
어찌하여 이리 좋은 메뉴 당번을 맡은 것인지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고기를 써는데 싱싱한 고기 훔쳐 먹은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솔모루의 모기 떼들이 총 출동하여 온 몸의 처처를 쪼아대는데...
정말 가려워서 죽을 지경...손이 닿는 곳은 그래도 긁어라도 주는데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날보고 어쩌라구??
고기를 못 먹어도 좋아...
제발 모기에게 안 물릴 수만 있다면 몇끼를 굶어도 좋아....
저녁시간...
각 조원들의 자기 소개시간이...
1조의 유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재치와 유머가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던지...
예를 들면, 김정분 스텔라 자매님을 소개하면서 정분이 나서 스텔라를 타고 도망왔다고...
손녀 땜에 일찍 주무시는 자매님을 소개할 때는 지금 묵상하고 계신다고...
도착 후 오후 내내 비는 안 방울도 안 내렸고 전혀 덥지 않은 첫날이
달고 시원한 수박 간식과 함께 그렇게 저물고...
#둘째날(7월29일 금요일)
비가 오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해변에서 생활하기에 정말 적당한 흐린 날씨....
신부님과 남자 형제님들은 바다로 낚시를 가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아침 식사를 하신다.
레오나와 베로니카와 바닷가에 나갔다. 예쁜 자갈돌들이 아주 많았다.
공기놀이에 쓸 만한 자갈돌을 고르면서...
교장선생님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이 수많은 자갈 중에서 다섯 개의 알맞은 자갈돌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
새천년 복음화사도회와 복음화학교라는 거대한 단체를 이끌어 가시면서
요소요소에 필요한 인재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실까?
해변에 떠밀려온 파래와 톳 그리고 다시마...
해변의 가장자리에 해초들이 20Cm정도 턱을 이루고
밀려오는 물결이 그 턱을 넘지를 못한다.
바지락을 듬뿍 넣은 미역국과 호박, 가지나물의 아침이 꿀맛...
점심때 간식으로 먹은 찰옥수수...이러다 살이 5Kg은 불어서 돌아가지 쉽다.
바다에서 주운 다시마를 자갈돌에 말려놓고...
빙 둘러앉아 친구 이름대기 게임을...
이름 대신 본명을 불러보니 더욱 더 가족들이 살갑게 느껴지고...
낚시에서 돌아오시는 형제님들의 아이스박스를 들춰보니 놀래미와 우럭이
30마리 정도....오늘 밤 우리 식구들의 매운탕거리란다...
저녁 미사를 드린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세 그루의 소나무도 우리와 함께 미사에 참례한다.
제대 위의 화병에는 변옥순 루시아님이 산에 가서 꺾어온 산나리,엉겅퀴꽃, 달맞이꽃, 해당화꽃이 제대 앞에 앉아 있는 우리들만큼 어여쁘고 싱그럽다.
강론 말씀은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고 실천하자...
오늘의 복음말씀에 맞춰 성극을 하는데...
마르타가 예수님께 오빠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찔끔...
미사 후 저녁 메뉴는 회....잔치...
우리 하느님 백성공동체는 무엇이든 안 되는 일이 없다...
죽은 소를 갖다놓아도 요리가 척척...
살아있는 물고기를 갖다놓아도 회를 척척 뜨는 유능한 분들이 있으니...
참소라와 통오징어 삶은 전채요리부터 시작하여
배부르게 먹은 회, 회, 회잔치...(회의 이름을 모름....그냥 먹음...)
소주와 맥주병이 상 위를 날아다닌다...
저녁엔 노래방을 이용한 노래 자랑...
나는 까무러치게 놀랬다...어찌나 노래들을 잘 부르시는지...
가수 아닌 사람이 없고 댄서 아닌 사람이 없었으니....
그 중에서도 댄서 퀸은 양춘자 마리아님을 당할 사람이 없고...
가수왕으로는 정일숙 효주아네스님을 능가할 사람이 없을 듯...
둘째날엔 어젯밤에 배불리 먹여놓은 모기님들이
배가 너무 불러서 날지를 못하는 관계로 헌혈 행사를 생략할 수 있었다.
#셋째날(8월30일 토요일)
이른 아침에 미사를 드린다.
그런데 이 미사의 성극은 우리 1조와 2조에 맡아서 한다고...
헤로데 왕의 생일 잔치날 왕과 헤로디아 왕비 앞에서 살로메가 춤을 춘다.
살로메가 6명씩이나 등장하는데 나는 4번 살로메...
각기 왕의 눈에 들만한 춤을 추는데 나는 캉캉춤을 선택...
6번 살로메를 맡은 한선옥 데레사형님의 요염함과 색시함이 경건한 미사를
웃음바다로 만들고...
드디어 왕과 손님들이 매우 기뻐하고...
왕비께 무엇을 청할까요? 묻자 왕비는 요한의 목을 베어 오라고...
목이 베인 요한은 고무튜브가 목의 칼을 대신했고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요한을 하늘 나라로...
어디서들 그런 살로메다운 의상들을 구했는지
머리에는 나실나실한 스카프를 두르고 정말 안 되는 것이 없는 가족들...
신부님 강론말씀...
연탄 배달을 하셨던 어릴 적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연탄과 같은 사랑...
자기가 다 타서 흰 재로 남으면서 자기의 생명을 후세대의 연탄에게 몽땅 다 주고 가는 사랑을 배우자고...
또한 항아리와 같은 사랑....
어느 것이든지, 무엇이든지...
품어줄 수 있는 사랑, 담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배우자고...아~멘.
마라 공동체 가족과의 진지한 나눔이 얼마나 은혜로웠는지....
오후에 달려간 만리포 해수욕장....
처음 가 본 곳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꼭 한번 와야지 싶을 만큼
백사장이 길고 물은 얕아서 정말 놀기에 좋은 곳이었다.
빙 둘러서서 공 던지기도 재미있었고 튜브타기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건 역시 보트에 강제로 태워놓고
보트를 뒤집기였다.
선생님도 예외가 아니라서 선생님을 뒤집는데 형제님들 서너명이 있는 힘을 다했는데도 쉽지가 않았으니...
저녁 메뉴인 통돼지 바베큐 두 마리가 박짝이는 은박 옷을 뒤집어 쓰고 참숯불에 돌아가고 있는 소나무 숲을 뒤로 하고....
저녁 시간의 각 조별 장기 자랑에서 최진사댁 둘째딸을 맡았다는 미카엘라 형님의 코디도 뒤로 하고...
군대에서 휴가 나와 있는 두 집 아들들에게 미안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정말 무겁기만 했다.
마지막 밤까지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련을 뒤로 한 채 하루 먼저 서울로 향하였다.
배웅하러 나온 십자나무 공동체 식구들과의 이별이 그렇게도 서운하고 아쉬웠음은 우리가 진정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걸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100여명(109명?)이 참석하는 수련회의 명단을 받아들고..
내가 아는 분들이 40명 정도였는데...
이번 수련회 기간에 새로 알게 된 가족이 13분이 되었으니 이만하면 친교에도 손색 없는 수확이 아닐까?
수련회 내내 매끼마다 장을 보러 다니시고 수련회 준비에 혼신을 다하신
안명숙 글라라 부대표님, 이하자 공동체 국장님, 그리고 공동체국 임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우리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사랑해 주시어 아무 탈없이 수련회를 마치게 해 주신 하느님,
비가 내릴거라는 일기예보까지도 무색하게 하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미를 드립니다 .(20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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