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학이 시작 되기 전에 이번 방학에는 어떤 연수를 받을까?
궁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기나긴 방학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보낸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
그리하여 내게 붙은 별명 하나...연수녀...
그랬다.
나는 방학이 되면 벼라별 연수를 다 하곤 했다.
설악산 등반 연수, 원자력 발전소 견학, 스키연수, 스포츠 댄스, 봉사 동아리 연수,
컴퓨터, 레크리에이션, 장구, 통일 연수, 놀이 지도 연수,음악 줄넘기 연수 등...
이번 여름, 동학년 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받게 된 서예 연수...
4일동안 받게 되는 15시간의 연수가 이렇게 뿌듯함을 안겨 줄 지
그 때는 몰랐다.
첫날은 서예, 서도, 붓글씨에 관한 이론을 공부했다.
왜 판본체나 궁체라는 이름을 붙히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아이들의 서예 지도 요령 전반에 대한 강의가 있었고
여러 가지 종류의 참고 작품등을 파워포인트 자료로 볼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커다란 오산이었으니..
먹을 갈고 배우기 시작한 판본체...
평생 처음으로 써보는 판본체였다.
이런 연수가 왜 필요한 지 절실히 느끼는 순간...
그동안 아이들에게 죄 많이 지었구나...
반성의 물결(?)이...
판본체의 역입과 회봉...
말조차 생소한 단어들을 되새겨 가면서...
[나라]를 쓰고 [벼루, 연적]을 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글귀를 쓰고 싸인펜으로 낙관을 그리니...
평생 처음 생긴 나의 작품-[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우쭐한 마음 충만~~!!)
아침을 굶은 불쌍한 백성들을 위하여 잘 차려진 용동 카페...
많기도 많은 여러 종류의 차와 토스터기와 얼음조각까지 준비되어 있어
세심한 강사님의 자상함이 뼈속까지 스며드는데...
그 어느 연수장소에서도 볼 수 없는 연수생들에 대한 배려...
밀려오는 감동 속에 더욱 더 열심을 내 본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
밖의 날씨가 얼마나 찌게 더운지...
무아지경에 빠져 도(?)를 닦는데...
너무도 빨리 지난간 날들, 3일 째...
오늘은 궁체를 쓴다네.
한분 궁체를 배운 적이 있는데 한글은 또 달라서
어제의 판본체보다 화선지 접기부터 더욱 어렵다.
쉬는 시간에 간식만 먹는 게 아니라 굳었던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까지...
일명 스포츠 댄스...
아주 잘 하시는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잠시 몸도 풀고...
아참, 같이 간 동학년 선생님들과 사진도 한장 찍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데...
점심 시간에 또 오리 구이를 단체로 먹으러 간대네...
좋기도 좋을시고...콧노래를 부르면서 모두 봉고차를 타고서...
서로에게 잔도 권해가며 정담을 나누는데
이 보람찬 연수가 이제 다 끝났다니 이렇게 서운할 수가 있나?
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보낸 서예 연수...
15시간이 아닌 30시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보다 더
심도있는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고대하면서...
2학기에 미술교과에 나오는 서예 시간에
큰소리 뻥뻥 치며 아이들을 지도 할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설레이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다.
4일 동안 좋은 가르침 주신 조경덕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면서...(200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