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서예 연수

여울가 2006. 8. 3. 02:24

나는 방학이 시작 되기 전에 이번 방학에는 어떤 연수를 받을까?

궁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기나긴 방학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보낸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

 

그리하여 내게 붙은 별명 하나...연수녀...

 

그랬다.

나는 방학이 되면 벼라별 연수를 다 하곤 했다.

 

설악산 등반 연수, 원자력 발전소 견학, 스키연수, 스포츠 댄스, 봉사 동아리 연수,

컴퓨터, 레크리에이션, 장구, 통일 연수, 놀이 지도 연수,음악 줄넘기 연수 등...

 

이번 여름, 동학년 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받게 된 서예 연수...

4일동안 받게 되는 15시간의 연수가 이렇게 뿌듯함을 안겨 줄 지

그 때는 몰랐다.

 

첫날은 서예, 서도, 붓글씨에 관한 이론을 공부했다.

왜 판본체나 궁체라는 이름을 붙히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아이들의 서예 지도 요령 전반에 대한 강의가 있었고

여러 가지 종류의 참고 작품등을 파워포인트 자료로 볼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커다란 오산이었으니..

 

먹을 갈고 배우기 시작한 판본체...

평생 처음으로 써보는 판본체였다.

 

이런 연수가 왜 필요한 지 절실히 느끼는 순간...

그동안 아이들에게 죄 많이 지었구나...

반성의 물결(?)이...

 

판본체의 역입과 회봉...

말조차 생소한 단어들을 되새겨 가면서...

[나라]를 쓰고 [벼루, 연적]을 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글귀를 쓰고 싸인펜으로 낙관을 그리니...

평생 처음 생긴 나의 작품-[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우쭐한 마음 충만~~!!)

 

 

 

아침을 굶은 불쌍한 백성들을 위하여 잘 차려진 용동 카페...

많기도 많은 여러 종류의 차와 토스터기와 얼음조각까지 준비되어 있어

세심한 강사님의 자상함이 뼈속까지 스며드는데...

그 어느 연수장소에서도 볼 수 없는 연수생들에 대한 배려...

밀려오는 감동 속에 더욱 더 열심을 내 본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

밖의 날씨가 얼마나 찌게 더운지...

무아지경에 빠져 도(?)를 닦는데...

 

너무도 빨리 지난간 날들, 3일 째...

오늘은 궁체를 쓴다네.

한분 궁체를 배운 적이 있는데 한글은 또 달라서

어제의 판본체보다 화선지 접기부터 더욱 어렵다.

 

 

 

쉬는 시간에 간식만 먹는 게 아니라 굳었던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까지...

일명 스포츠 댄스...

아주 잘 하시는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잠시 몸도 풀고...

 

아참, 같이 간 동학년 선생님들과 사진도 한장 찍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데...

점심 시간에 또 오리 구이를 단체로 먹으러 간대네...

좋기도 좋을시고...콧노래를 부르면서 모두 봉고차를 타고서...

서로에게 잔도 권해가며 정담을 나누는데

이 보람찬 연수가 이제 다 끝났다니 이렇게 서운할 수가 있나?

 

 

 

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보낸 서예 연수...

15시간이 아닌 30시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보다 더

심도있는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고대하면서...

 

2학기에 미술교과에 나오는 서예 시간에

큰소리 뻥뻥 치며 아이들을 지도 할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설레이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다.

 

4일 동안 좋은 가르침 주신 조경덕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면서...(200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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