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에서 보내온 김수환 추기경님의 편지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수녀님,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것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
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교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을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 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 그분의 덕입니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가 나서 울화가 치밀 때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 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천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 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손가락일 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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