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호박죽 쑤기

눈 오는 날, 호박죽 쑤기

 

이 나이에 호박죽을 처음 쒀 본다고

하면 흉 잡힐 일이지만, 난 처음으로

호박죽을 쑨다.

 

호박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째 이유고, 죽처럼 손이 여러번 가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엔 정성이 부족했었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셋째언니께서 지난번에 직접 키우셨다고

커다란 호박을 한통 가져 오셨는데,

거실에 모셔두고 구경만 하다가 어제

들여다보니 겉에 울퉁불퉁 뭔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속이 썩은 건 아닐까?

궁금해서 열어봤더니 아무 탈없이

속살이 엄청 두꺼운 호박이었다.

 

먼저 골 따라서 호박을 자른 후에

껍질을 벗기고 삶았다.

찹쌀은 물에 담가서 끓인 후 믹서로

갈고, 설탕 대신 배즙 두봉지를 넣고

삶은 호박도 갈았다.

 

소금 간 맞추고

냉동실에 있는 커다란 찹살모찌 속에

들어있던 팥고물을 넣어서 다시

끓였더니 아주 맛있는 호박죽이 탄생했다.

 

자신감이 생겨서 정식으로 다시끓여보고자

지금 팥을 물에 담가놓고 이 기쁜 소식을 온 천하에 자랑하고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