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강원도

태백산 눈꽃기차 여행

여울가 2006. 7. 4. 13:13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눈이 내리네...
외로워지는 이 마음...

눈을 만나러 떠난 태백산 눈꽃 기차여행...
맞춰놓은 알람시계가 울리기도 전에 벌써 새벽에
2번씩이나 잠에서 깬다...
늦으면 안 되겠기에...

이른 아침 8시 10분발 태백산행 눈꽃 열차...
대합실에서 만난 친구들의 반가움이
아침 굶은 배고픔을 잊게 해 준다.
그래, 이번 겨울엔 유난히 눈이 귀했어.
혹시 알아? 태백에 가면 눈을 만날 수 있을런지도...
기대와 설레임을 가득 안고 순식간에 기차는 배가 불룩해진다...
인파가 가득한데 거의 나같은 아줌마 부대...그리고 아이들...
한국의 남자들은 지금 이 시간 열심히 돈 벌고
강심장 아줌마들은 보따리 주섬주섬 풀러 먹을 것을 꺼낸다.

눈이 왔을까?
중국에서 지난 5일동안 안개와 비만 가득한 하늘을 보다가
1주일만에 만나는 우리의 산하가 정겹고도 귀엽다.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랜드의 표지판도 보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도 지난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태백산 도립공원...
바람!!! 눈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무슨 바람이 그리도 세게 불어대는지...
떼를 지어 각설이 타령을 불러대는 화려한 의상의 각설이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독촉해대고...

인공 눈으로 조각한 거대한 눈조각들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원망하고,
시베리안 허스키 6마리가 끄는 썰매는
쉴틈없이 달리게 하는 주인을 원망한다.
동양 최대 규모라는 석탄박물관...
광부들의 피와 땀,생명까지도 앗아간 탄광이
거기에 지금도 살아 있었다.
그 분들 덕분에 우린 얼마나 따뜻하고 배불렀었던가...

눈이 오려고...그 많은 눈이 오려고
그리도 바람이 사나웠던 모양이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3주째 라이브를 한다는 가수는 목이 다 쉬어
노래를 부를 수가 없고..
얼굴 두꺼운 대한민국 아줌마는 주책을 떤다...
노래도 부르고...춤도 추고...율동도 하고....
유리창 너머로 흩날리는 눈발들도 불빛들을 만나서
군무를 춘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행 후기를 썼는데
1등으로 당첨되어 무료 여행 티켓2장을 거머쥐었으니
이만하면 올해는 운수대통이 아닐까?

내일 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운 눈꽃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아쉬움도 남지만 참으로 산뜻한 눈꽃맞이 여행이었다.(200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