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쑥을 캐며...

여울가 2006. 7. 4. 14:51
옆동에 사는 복임이의 전화...

명숙아, 우리 쑥 캐러 가자...

흐미...쉬고 싶은디...

허나 집에서 뒹굴기엔 너무나 예쁜 봄날이니 어쩌랴...



주방에서 커다란 식칼 한개 꺼내고

검정 비닐 봉다리 한개 찾아서 쑥을 캐러 출발~~!!



쑥을 캐러 가는지 봄을 캐러 가는지

작년에 보아 뒀다는 친구의 비밀 쑥밭으로 달려간다...

부르릉@@@



의정부에서 동두천 가는 길로 가다가 좌회전...

한마음수련장이 있는 동네...

수락산이 불그레 미소를 띄고 내려다 본다...

벚꽃,백목련,개나리들이 활짝 반긴다...

정말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좋은 날...



쑥을 캐기 시작한다...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주저 앉는다..

그냥 맨바닥에 털퍼덕...

어렸을 적 추억에 잠겨 보자고 무작정 따라 나선 내가 잘못이지...

허리아프지..다리 아프지...옆구리까지 틀어질려 하네...



그런데 요놈의 쑥들 봐라...

빼꼼히 혀를 내민 놈에서부터 늘씬한 다리까지 다 나온 놈...

글구 쑥의 종류도 가지 가지...

땅에 온몸을 벌려 납작하게 누운 놈...

삐죽하게 위로 늘씬하게 솟은 놈...

잎파리에 하얀 솜털이 달린 놈...



밭에 있는 쑥은 오동통 살집이 좋고 야산에 있는 쑥은 삐쩍 말랐네...

아스팔트 밑 옆구리에 난 쑥과 산길가에 사는 쑥...

요놈들도 태어난 환경이나 사는 곳에 따라 사람들처럼

모두 그 형태가 다르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네...ㅋㅋㅋ



가끔씩 보이는 냉이랑 씀바귀도 캐 가면서

두시간 정도 쑥과의 전쟁...

밭둑에 앉아서 오이와 토마토 쥬스로 갈증을 달래며...

내 어릴적 고향 생각, 친구들, 부모님 얼굴을 떠 올려 보네...



난 역시 일을 못해...

내것은 700g, 친구 것은 1,600g...

심심풀이로 저울에 재 봤지롱...

오늘 저녁엔 향긋한 쑥국을 끓여 봐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쑥 파는 할머니한텐 절대로 값을 깎지 말아야지...

오늘은 참으로 밥값을 톡톡히 한 하루였다...



=====언덕배기를 적시던 쑥향기에 취했던 오늘의 일기 끝=========== (200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