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스승의 날

여울가 2006. 7. 4. 15:41

에고...

언제나 이 땅에 이런 이름의 날이 없어 질려는지...

정말 일년이 364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

달력에서 스승의 날이 지워지는 날....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오늘...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토요일....

예년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 27년, 32년 근속하신 선생님들의 연공상 시상식이

아이들이 보는 스승의 날 행사장에서 자랑스럽게 펼쳐 졌었는데..

무신 죄를 그리도 많이 지었는지...

아이들을 모두 하교시킨 후 교사들끼리 모여서 박수치고 /꽃다발 증정하고/...

정말 서글픈 하루를 보내야 했다...



부방위...라던가?

부패방지위원회의 약칭...

대한민국의 교사 전부를 일단 범죄자 선상에 올려 놓고...

3인조인지...5인조인지...

사람들이 교문을 왼종일 지키고 서 있다가...

종이 쇼핑백을 들고 교문을 통과하는 학부형이 있으면 따라 붙어서...

어느 반 교실로 들어 가는지 확인을 해 두었다가...

그 학부형이 교문을 나가는 순간 교실로 들어가서 아까 받은 종이 봉지 좀 열어 보자고....



이 땅에 교사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패덩어리들인지?

난 교사만큼 정직하고 선량하고 준법 정신 강한 집단은 없다는 자긍심 하나로 살고 있는데...

어찌 되었든 내일은 스승의 날이고...

오늘은 토요일...

아이들은 여느날이나 다름없이 생기발랄한 마음으로 등교를 하였지만

아이들이 들고 온 꽃 한송이마저 마음 편하게, 고마운 마음으로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왜 그리 서글프기만 한 것인지.....



휴가나온 큰아들과 커다란 맥주병 하나를 나눠마시고 나서...

아이들이 오늘 내게 가져온 편지들을 읽고 있으려니....

그래...너희들이 나의 힘이고 나의 희망이야...

너희들만 있으면 난 행복해....

하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지나간 세월 늘 말썽꾸러기여서 야단만 쳤던 그 아이들이

칭찬만 했던 아이들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데...

선생님 좋다고...그립다고..사랑한다고...

이런 편지를 마주할 때....

정말 미안해...아이들아..왜 내가 너를 그렇게 야단치고 미워했었는지...

회한과 미안함의 눈물을 흘려가며...

이제부터라도 더 나은 선생님이 될게...혼자 다짐을 해가면서...



해마다 받아 드는 편지들...

그리고 1년동안 버리지도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가...

결국 어찌하지를 못하고 버려지던 편지들을...

한번 옮겨 보려고 한다...

왜?

난 아이들을 하나 둘 잊어 갈 수 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아니...

내 본분을 잊어 버렸을 때마다 너희들의 그 응원 소리를 듣고 싶으니까...

아이들아...

정말 너희들이 예뻐 죽겠어...

사랑해^^* 

******아이들의 편지 글*****

이 학교에 온지 꽤 여러해가 되다 보니...

1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제자들이 다양하게...

언제 가르쳤던 아이인지 구분도 잘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아들, 딸이었음을 부인할 순 없으니...



그냥 손 가는 대로...

아이들의 한마디를 옮겨 보려 한다...



강서현:선생님, 그말 기억하세요?

제가 2학년이었을 때 3,4,5,6학년이 되어서도 우리 학교에 계실거냐고 여쭤보니

계신다고 그러셨죠? 처음엔 제가 슬퍼 할까 봐 거짓말을 하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우리 학교에 남아 주셔서 감사 해요...

박선영:그토록 싫어했던 선생님의 잔소리...그 잔소리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내년에 중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생각이 날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제 기억, 제 추억 속에는

항상 그 자리에 선생님이 계실 것입니다.

신화선:선생님과 헤어진 지 4년이 지났다니 잘 믿기지도 않아요...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 주셨어요,,,그래서 제가 선생님을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재정: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셨어요...저희들을 훌륭하게 가르쳐 주시고 인자하시고 많은 재능

또한 제게 길러 주셨어요...저희 학교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사고 저는 생각해요...

손유원:저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저의 마음은 늘 선생님 곁에 있어요...사랑해요...

(몸이 약해서 늘 비실비실하던 제자...)

김두연:가끔 선생님께 야단을 들었는데 그 때는 선생님이 미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야단 맞을 짓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제가 중학생이 되어도 저를 절대 잊지 마세요...

황인규:저는 벌써 4학년이 되었어요...언제나 밝은 얼굴로 저희들 공부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 드려요.

선생님께서 1학년 때 토대를 다듬어 주셔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절 잊지 말아 주세요...

박성균:지난 1년동안 제게 공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우리 학교에 계셔 주세요.

그래야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뵐 수가 있잖아요...

김진석:지난간 1년이 그리워요. 이제는 1년이 더 길어진 것 같아요...저는 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박현우:선생님, 아직도 제 글씨가 좀 이상하지요?헤헤^^

1층 운동장에 나갈 때마다 선생님 교실에 가고 싶은데

조금 부담스러워서 안갈 때도 있었어요^^

하여튼 선생님, 힘내세요..우리가 있잖아요^.^

김원호:선생님, 저한테 많은 걸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제가 그 때 떠들고 말썽피우고 했잖아요..

지금은 학교 생활 잘 하고 있어요...제발 우리 학교에 오래오래 남아 있어야 해요...

손영리:제가 3학년 때 선생님 말씀을 너무나도 듣지 않았죠? 그런데 이제서야 뉘우치게 되는군요...

앞으로 선생님이랑 또 만나게 되면 그때는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 꼭 보여 드릴게요...

이문경:저능 3학년 때 전학 온 문경이예요...올해 4학년에 부회장이 되었어요...

그게 다 선생님 덕분인 것 같아요...선생님께서 이 편지 보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김연지:처음 선생님을 만나던 날 무서운 선생님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1,2학년이 아니니까

아주 무섭게 대할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상냔하고 좋은 선생님이셨어요.*^^*

그 때는 하루라루가 너무 재미있어서 7일제 수업은 왜 안생기나? 생각했었어요...

노홍찬:선생님, 내년에 5학년 선생님 하게 해달다고 교장 선생님께 사정 한번 해 보세요...

유지호:선생님,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중국집 사장님이 되어 선생님이 늙으셨을 때 탕수육,

자장면을 공짜로 드릴게요...선생님,사랑해요...

정다솜:그 때는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제야 깨달았어요...

선생님의 따뜻한 가르침과 깊은 사랑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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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지난 제자들의 편지이고...



지금부터는 지금 1학년 제자가 등장...

류찬국:날마다 저희들을 가르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들이 너무 떠들고 장난을 쳐서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 은혜에 보답할게요...

노경완:저희들을 사랑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프지 마세요...

저는 선생님이 우리 반 선생님이어서 정말 기뻐요..왜냐면요...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저를 예뻐해 주시기 때문이예요...선생님,사랑해요..

김세희:저를 매일 매일 자상하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것 열심히 배울게요...

김유경:처음 입학식 할 때 할머니 선생님이어서 기분이 이상했는데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가르쳐 주실 때 예쁘게 웃으시고,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쳐 주시고, 또 사진도 찍어 주셔서

깜짝 놀라고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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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아이의 엄마가 보낸 편지....

스승의 날을 빌어 선생님께 글을 올립니다.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낸 엄마의 마음이 다 이럴까요?

불안함,설레임,안타까움,대견함....

이런 마음이 늘 교차한답니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런 마음들이 점점 편안함으로 다가 오는 거예요.

아마도 우리 반 학부모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표현, 자상한 배려...

가끔 보게 되는선생님에게 느끼는 거랍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라

향수에 젖곤 한답니다. 참 인자하셨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선생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려울 때, 힘들 때, 낙심될 때 든든함으로,

가슴 가득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 들어요...

선생님께도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보물들로 자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해 1년동안 힘드신 일보다 행복한 날이 많이 생기도록 늘 기도드릴게요...

장미 덩쿨 사이로 빨깐 꽃송이가 하나 둘 고개를 내미는 5월 스승의 날에

감사의 글을 올립니다.... (200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