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50넘어 철 드려나?

여울가 2006. 10. 31. 23:05

어제 친언니처럼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주말농장에서 농사지은 거라며

배추,무,고추,갓을 가져 왔다.

 

참고로 그 언냐는 이름대신 540903이라고

불리는 걸 가히 싫어하진 않는다.ㅋㅋㅋ

일테믄 주민번호 앞자리를 사람들이 불러 주므로써

그들의 뇌리 속에 본인의 생일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걸 뻔히 아는 거다...

 

그 언냐가 작년에도 배추, 무를 주셔서

친구들과 나눠 먹었는데

그 친구들이 어찌나 맛있게 먹었다고

좋아 하던지

이 날이 오기만을 학수 고대하던 중...

 

"차돌, 배추 필요해?"

하는 전화에 낼름 엄청 필요하다고 했겠다...

 

주차장에서 접선하여 채소를 받고 보니

(왜? 주차장이냐고? 나도 바로 배달을 뛰어야 하니께로..)

배추와 무와 그리고 풋고추와 갓...

 

커다란 비닐 봉지를 살펴보니

욕심나는게 갓이었다.

 

배추와 무와 고추는 3등분을 하여

한 동네 사는 친구들에게 배달 하고

나머지는 들고 올라와서는

이걸 어찌할꼬나?

한숨을 이리 쉬고 저리 쉬다가

에라...내친 김에 갓김치를 한번 담궈 봐???

 

50평생을 돌이켜 보니

갓김치를 담궈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네...

인터넷을 뒤져서 갓김치 담그는 법을 대략 읽은 후에

작업에 들어 갔다.

 

그런데 집안 어디에도 그 갓을 절일만한 커다란 대야가 없는게 문제...

에라...모르겠다...

재활용품을 모아 둘때 사용하는

바께스(일본어인줄 알지만 양동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닌 바께스)에

꽃소금 한컵 정도를 물에 녹여서 30분 정도 담궈놓고...

양념을 만들기 시작...

 

찹살로 죽을 쑤고...

마늘과 생강을 믹서기에 갈고..

참, 붉은 고추도 3개 넣었지...

멸치 액젖에 고추가루를 섞고...

깨소금도 듬뿍 뿌리고...

인터넷에는 양파도 조금 갈아 넣으라고 했는데

양파는 없어서 생략하고..

 

그렇게 어젯밤 거사(?)를 치루고

오늘 퇴근 후 그 갓김치를 쪼끔 잘라서 맛을 봤더니...

흐흐흐...

상당히 맛이 있네...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사진도 한장 팍 찍어 놓고...

 

 

심기일전, 사기충천하여...

풋고추를 가지고 간장과 식초에

삭힘고추장아찌를 만들기 시작하니...

이러다가 식당 차리는 거 아닌가 몰러^^

 

인터넷을 뒤져봐도 삭힘고추 만드는 법은 없네..

그냥 해보자..밀고 나가니..

진간장,물,식초 그냥 적당히 섞어서

통멸치,통마늘,말린 다시마 넣고

팔팔 끓여 식힌 후 풋고추를 샤워시키고

그것도 흐뭇하여 사진 한장 찍어 놓고..

곰곰히 생각하니

저렇게 빳빳한(?) 고추가 언제 간장에 삭혀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간이 들지 않을거 같아

다시 꺼내 한개 한개 일일히 포크로 구멍 내놓고

과연 저걸 몇개나 먹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지

스스로  의심하면서...

 

 

제가 담근 갓김치와 고추절임 맛보고 싶은 사람

손 좀 높이 들어 보시오...

 

50넘어 철들어 가는 아지매의 자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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