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서/2010년 호주 시드니

[포트스테판]아나베이 사막에서 즐겨보는 모래 썰매

여울가 2010. 10. 1. 20:23

와이너리에서 무료 와인 시음을 하고

알딸딸해진 기분으로 모래썰매을 타러 갔다.

드넓은 바닷가에 갑지기 펼쳐진 사구라고 해야 할까? 사막이라 해야 할까?

바퀴가 엄청 높고 커다란 사륜구동 지프차를 타고서 모래썰매를 타러 고고씽~~~!!!

 

온통 모래와 모래언덕으로 이어지는 사막에서

모래써래를 타는건데

70대는 1번,

60대는 2번,

50대는 3번  정도를 타야 신체 나이에 맞는다나...ㅋ

 

가느다란 보드판을 옆구리에 끼고

사막의 비탈길을 올라야 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그냥 언덕이 아니라 발뒤꿈치가 푹푹 빠지는 언덕을 오르는데

누가 뒤에서 힘껏 잡아당기는 것 같다.

에공...이건 아니구나...난 도저히 못 타겠다...

 

겨우겨우 뒷사람까지 앞으로 보내면서 올랐는데

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것 또한 장난이 아니네..

눈 앞이 아찔하다.

경사각도 60~70도...

그러나 어찌하랴...

올라왔으니 내려가야 할 밖에 별 도리가 없지 않는가?

 

두 손을 뒤로 쭉 뻗고 손가락을 쫙 펴서 모래를 긁어주면

브레이크 역할을 해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갑자기 비료 포대 깔고 눈썰매 탔던 옛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가파른 내리막 모래 언덕을 그냥 질주한다.

모래가 어찌나 가늘던지 얼굴에까지 묻고 입에서도 씹히고...

 

눈 딱 감고 출발....

노력한 것에 비해 별 재미가 없네...

그래도 한번 더....

왜냐믄 가이드가 카메라로 사진을 안 찍었다네...ㅋ

 

나는 두번 타고 더이상은 포기...

그냥 60대 신체지수로 만족하기로 했는데

누구라고 말은 안 하지만 다섯번이나 탔다는 거...

역시 평소에 산타기를 좋아하더니 실력 제대로 나오더구먼...

 

그래도 평생 맛보지 못할 모래썰매의 체험은

꽤 짜릿하고 이색적인 즐거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