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월 어느 날,
전화가 왔다.
1992년 5학년을 맡았을 때,
같은 학년에서 만난 내 위로 띠동갑이신
융자쌤한테서...
얼마 전엔 파김치를 택배로 보내 주셔서
놀래키드만 이젠 영월에 오시겠다고
또 놀라게 하셨다.
전주에서 영월까지...
내가 좋아하는 옥남쌤과 함께 오시겠다고...
그때는 내 개인적인 신상으로 몹시도
어려고 힘든 시기였는데, 내 두 아들의
이모를 자처하시면서 친이모보다 더 살뜰히
챙겨주셨던 분들이다.
제일 연세가 높으셨는데 왕이모라고
하지 말고 막내이모라고 부르라셨던
원긴부장님, 뭐든지 나서서 거칠 것 없이
헤쳐나가시던 멜빵이모 융자쌤님,
둘째아들 1학년 때 담임이셨던 착한이모
옥남쌤님, 영원한 멋쟁이 순진쌤님...
돌아보면 참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융자쌤은 차를 바꾸시면서 내게 르망차를
물려주셔서 참 잘 타고 다녔었다.
두분 쌤은 고속버스를 타고 오셔서
마중을 나갔다.
매일 바쁜 내게 그냥 현관문만 열어주고
내 할 일 다하라시는데...
도착시각에 비가 억수로 내려서
집에서 식사할 준비를 했다가 비오는 날 분위기 엄청 좋은 '꽃피는 살골'에 가서 화덕피자를
먹었다. 두분이 얼마나 좋아하시든지...
2박3일 영월 투어를 하시고
어제 오후에 가셨는데
모처럼 옛 추억에 흠뻑 잠겨 보았다.
두분께 보여 드린 곳은
꽃피는 산골,
장릉 노루조각공원,
조선시대 우물터,
물무리골 데크걷기,
전나무숲과 숲해설 듣기,
장릉,
단종의 귀양길 배일치 고개,
미디어기자박물관,
주천 문화의 집,
국제협력단 코이카,
황토집 수월산방,
별마로 천문대,
청령포,
봉래산정상 패러글라이딩 구경,
영월 서부시장...
금요일에 내가 요즘 교육받는 지역문화기획자
양성교육에서 셀프투어로 영월을 둘러보는
날이라서 양해를 구하고 두분 쌤님을 합류시켰기에 많은 곳을 편하게 둘러 보실 수
있었다.
영월이 이렇게나 좋은 곳인지
몰랐다시며, 영월 칭찬을 하셔서
영월사람인 난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실로 십여년 만에 만난 분들이지만
그 세월의 두께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소중하고 다정한 분들과 2박3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태항산 다녀온 여독과 손님 접대(?)의
신경씀으로부터 해방되어 어젯밤
두 다리 뻗고 푹 잤더니
오늘 날아갈 듯 가벼운 주일 아침을
맞게 되었다.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
어떤 특은을 내게 허락하실 지,
어떤 은총이 내리시길 기도할 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쌤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러 계시길
기도하고 미사에 가야겠다.
(사실 76살 융자쌤은 황반변성증으로 시력이 많이 약하신 시각1급 장애인이시다.)
융자.옥남쌤 영월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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