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한국자생 식물원

여울가 2006. 7. 3. 12:26
소풍가는 아이처럼 일어나자 마자 하늘을 본다...
흐음...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올 것 같지 않지?

가을이 막 손을 내미는 10월 하고도 8일...
우린 버스 2대에 나눠타고 오대산을 향한다...

오대산이란 이름은 왜 붙여진걸까?
그런 머리 아픈 사연일랑 생각지도 말자.

눈앞에 펼쳐지는 들판에선
노란 겨잣빛을 마음껏 뽐내는 벼이삭들이
겸손한 자태를 고개 숙여 뽐내고...

8시가 조금 늦은 시각에 출발하여
맨 먼저 도착한 곳은 진부 5일장...
오늘이 장날이라네...

시골 5일장을 구경해 본지가 언제던가...
손가락 헤어 봐도 답이 안 나오네...
계절이 계절인지라
산에서 나오는 온갖 약초와 열매들이
순진한 서울 아지매를 유혹한다.

난생 첨으로 머루랑 달래를 만나고
한몸까지 되었다.
오호라~~~
머루 넌 참으로 작고 귀여운게 새콤하기가
17세 순이보다 더하고
또 다래 넌 은행알보다 조금 더 큰게 달콤하기가
19세 총각의 혀보다 더 달콤하구나~~~

더덕의 향내음에 취할 만큼 취해 비틀거릴즈음
오미자의 시샘에 정신이 번쩍 들고...

안달이 난 내장의 아우성을 달래야했다.
산채 정식과의 데이트...
관대거리 쉼터에서...
7,000원이란 돈의 위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봉평 메밀꽃 동동주에
이름도 생소한 각종 나물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한공기가
야속하기만 했으니...
여름내 잃어버린 나의 입맛이 집나간 탕자처럼
소리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10년동안 주인의 집념으로 가꿔냈다는
한국자생식물원으로 가는 길에
당근 2뿌리와 표고버섯 4뿌리 훔쳤다고
절대로 말할 수 없다.
송이버섯이 이만 할까?
생표고의 향내는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내 입안에 남아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

3만평의 산자락 가득 피고 지는 야생화들...
그냥 들국화라 불렀던 네 이름이 쑥부쟁이고
구절초라는걸 오늘에야 알았구나.
숲속에서 고물고물 풀씨를 뜯고 있는 귀여운 다람쥐들의
모습에 넋이 나가고 가제와 숨바꼭질하는 구두신은
아저씨들은 시간 가는줄 모르네...
기념으로 나눠주는 노루오줌이라는 야생화화분...
우리 조상님들은 풀 하나에도 재밌는 이름을
선사했구나...

그 이름도 유명한 오대산 상원사로...
호젓한 전나무 숲 사이로
노랑...파랑...빨강...
레이저 쇼보다 더 황홀한
그림 물감보다 더더욱 아름다운
단풍들의 나체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깊은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집장만을 미처 못한 풀벌레 소리...
높고도 높은 산 봉우리...
성미급한 낙엽들이 뒹구는 소리...

따라간 5살 아이는 드디어 노래를 흥얼거린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가을길은 비단길...

적멸보궁이 1km남짓인데
남들은 다 올라가는데
무거운 이내 몸은 가다가 포기를 하네...

신라 선덕대왕 종보다도 45년이 먼저라던가..
국보 37호 동종이나 어루만지고...
세조의 등을 밀어줬다는 문수동자님께
소원이나 빌어보세...
청량선원 앞마당에 정좌하고 앉으니
단풍 방석이 폭신하기고 하여라...
오대산을 청량산이라고도 부른다니...

대웅전을 애써 찾아 헤매다
어느 보살님께 여쭸더니
보궁이 있는곳엔 대웅전이 없다네...
보궁은 석가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인데
우리나라의 5대 보궁중에 한곳이란다.

돌아오는 길 곤지암에서
여자 코메디언의 소머리 국밥집에서
왕년에 인기있었던 그녀를 만났고
차라리 그녀는 그 가게에 없었으면
더 나을거라는 50구동성...
마치 손님이 거저 밥 얻어 먹으러 온것같은
표정은 내 좋은 가을 사냥길을
아쉽게 했다.

하루에 다녀온 가을 사냥...
한번 다녀 오시지요...
여러님들께서도...

진부 다녀온 야그가 너무 진부했나?? (20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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