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큰아들 준이 입영 전야

여울가 2006. 7. 3. 15:50

 

 

"엄마,우울해서 잠이 안와.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지금 사고 싶어."

군 입대를 하루 앞둔 아들과 같이 누워 자려는데

아들이 하는 말이다.

"너 군대 갔다가 휴가오면 엄마한테 높임말 쓸까?"

"아니, 엄마에겐 높임말 못 쓸것 같아."

"잠 안오면 우리 차라리 노래방 갈까?"

"조오치~~!!"

의기 투합하여 온 가족이 노래방을 찾은 시각 새벽2시...



아들들이 부르는 노래...

한개도 아는 게 없어...

거리의 시인들이 부르는 <氷>이라는 노래...

가사가 얼마나 재미있고 우스운지....원.....



신나게 소리지르고 흔들다가

마지막 한곡이 남았는데

아들이 부르기 시작 한 노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노래방의 탁자 위에 걸쳐 앉아 아들의 노래로 세례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



처음 들어보는 노래도 아닌데 왜 그리 가사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지....

노래가 다 끝나고...

"어? 우리 엄마, 내 노래소리가 심금을 울렸나 보네?

역시 엄마 아들은 감정 잡는덴 엄말 닮은거 같지?"

나를 달래려고 일부러 태연한 척 해주는 울 아들....



집에 오는 길에 소주 한잔(아차! 이 노래도 아까 부르던데...)

하자고 들른 포장 마차...

닭발볶음을 안주로 놓고 기울이는 소주...

"엄마,너무 맛있다...이거 괜히 먹었나 봐...

군대 가면 생각날 거 같아..."

"형, 콜라 좀 먹어...앞으로 100일 동안 못 먹을거 아냐?"

지 몫으로 나온 콜라를 권하는 동생...

군대 간다고 친척들이 보내준 용돈을 동생에게 쥐어주며

"내일 쌔끈한 걸로 핸드폰 새로 사거라..."

연초에 새로 산 핸드폰을 잃어 버리고

중고 핸드폰을 쓰던 동생이 맘에 걸렸었던게다...

 

 


어느덧 첫 시내버스가 보이기 시작하고 새벽 5시에 귀가...

경적을 울리며 떼지어 지나가는 폭주족들도 차츰 사라진 후...

현관 문 앞에 놓인 신문을 집어 들고...

아들 먹일 구충제와 가지고 들어갈 상비약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아들의 핸드폰을 건네 받아 거기 적힌 전화번호들을 수첩에 적는데...

아...요놈봐라...남자 친구보다 여자 친구가 훨씬 더 많구나...



준아...

12시까지 의정부에 가려면 이제 일어 나야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날...

찬란한 태양이 지금 널 깨우고 있잖아...

아직까지 못 자른 머리도 자르고...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내 아들의 입대가

이제 몇시간 앞으로 다가왔는데...

모든 것이 아쉽고 새로워 보이겠지만

네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건강한 남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생활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2003.08.12)

 

 

 

                                                                        ===군 입대날 의정부 306 보충대에서(준이는 싫다는데 억지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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