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아들...
그렇게 기다리던 편지가 우리 집 우체함에서 날 더 기다렸다는 듯이
빼꼼히 목을 내밀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 계단을 올라가면서 일기 시작했는데 그만 네 편지에 심취(?)한 나머지
5층까지 계속 걸어 올라갔다는 거 아니냐...
잘 있다니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감사!!!!
너같이 밥 먹기를 싫어하는 분(?)께서 밥 먹을 시간만 기다린다니
참으로 우리나라 좋은 나라구나...
사람 바꾸는데 열이틀이면 해결나는 나라니까...
그 지겹던 담배를 구경도 못했다니 엄만 왜 이리 고소하냐??
좋아서 죽겄다. 그 담배 평생 구경 안하고 살순 없을까?
네게 답장을 쓰려고 온 집안을 다 뒤져도 편지지라는 게 없네...
이제 우리 아들한테 편지 쓰려면 편지지부텀 구해야 할 형편이야...
아들아...
대한민국 육군 신병 훈련병!!!(이거 말이 되나?)
네가 모자를 맡기러 왔다가 "엄마, 나 잘 놀다가 올게"하고 돌아 서는데...
그 주책맞은 눈물이 왜 그리 쏟아지던지...
혁닌 "엄마, 그냥 맘껏 울어 버려"하는데 그야말로 참고 참고 또 참았다...
(만화에 나오는 캔디처럼~~~)
집에 오려고 차 시동을 거는데 혁이가 시트를 뒤로 확 제끼더라...
자려고 그러나 보다 생각했지...
근데 그게 아니었어...3분 정도의 고요함을 유지하다가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는데...
정말 엄마는 혁이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 첨 봤다...
8월 12일...네가 입대하던 날...
용혁이와 엄마의 눈에선 수도꼭지가 고장이 났어도 그만큼의 물은 안 나왔을거다...
하루종일 울었다니까...
네가 하도 우리 속을 썩여 발랑 군대나 가 버리라고 얼마나 구박했었니?
그런데 왜 그리 섭섭하고 서럽고 허전한지...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 지지만...
그래도 네가 건강하게 잘 있고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 고맙고 다행스럽다.
혁인 요리사 시험 2문제 정도의 차이로 낙방했고 다시 공부하는 중이다...
네가 입대하던 그 토요일날...
전화 ARS를 통하여 네가 가 있는 신병교육대와 자대 배치될 곳을 모두 알게 되었다.
넌 10월 4일날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부대로 간다고 하더라...일산 근처지...
혹여 그곳이 다른 곳보다 힘든다면 그것도 네겐 큰 축복으로 받아 들이렴...
왜냐???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 게 인간이니까...ㅎㅎㅎ
엄마가 지금 침대에 엎드려서 편질 쓰는데 글씨가 영 말이 아니구나...
울 아들 생각하며 편질 쓰자니 흥분 상태(?)에서 벗어 날 수가 없네...
엄마도 앞으로 네게 편지 쓰다 보면 아마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 들겠지..
근데, 너...지갑 속에 드렁 있는 눈 땡그란 여자 애 누구니?
엄만 첨 보는 사진인데 왜 엄마한테 안보여 준거야?
이 편지와 같이 보내긴 한다만 아~~!!!이 배신감~~~!!!
추석을 맞아 괭과리 놀음 한다니 그것 또한 쌤통이다...
기왕에 할거라면 신명나게 잘 해라...
모두 즐거운 시간 가질 수 있도록...
근데, 준아...
군대에선 남보다 잘해도, 너무 못해도 안되고 그냥 중간에만 있으라고들 하더라.
엄마도 네 대대장님의 편지 받고 감사하다는 답장을 드릴려고 했는데...
너무 튀었다가 울 아들 얼차려 받으면 어쩌나 걱정되어 그냥 참았단다.
너도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지 말고 남과 보조를 맞추도록!!!
오늘 아침 조간에 큰외삼촌의 글이 실렸기에 함께 보낸다.
그곳에선 신문 그림자도 못 볼테니까...
다시 편지 쓰마...
훈련 받다가 힘들면 엄마와 너 몸싸움할 때 혓바닥 악물고 썼던 그 힘을
맘껏 발휘하도록!!!
널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명심하고 늘 건강해라...
2003년 8월 29일
널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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