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준 일병의 정기 휴가가 끝나는 날...
어제 새벽에 아니 오늘 새벽 3시에 귀가하여
늦잠을 퍼지르게 자더니...
지네 동기들 졸업식이라고 겨우 겨우 일어나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나가더니...
귀대 시간은 오후 7시 30분까지라는데...
3시 30분에 집에 들어와 다시 잠을 자기 시작...
5시가 지나도록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데...
깨우면 5분만 더...
또 깨우면 5분만 더...를 외치고 외치다가...
눈꼽도 못 떼고 뒷머리에 5:5로 생긴 가르마 정리도 못하고...
만만한 혁에게 전투복 대령해라...야상(야전 상의)갖고 와라...
난리 부르스를 치다가...
전투복에 이등병 작대기 하나는
미처 일등병 작대기 두개로 고쳐달지도 못하고...
(그런게 있다고 미리 이 엄마에게 신고를 했으면...)
허둥지둥 차에 올라타더니 또 다시 잠을 자는구나...
왼종일 내리던 비는 의정부를 벗어나고 송추,벽제쯤 갈 즈음...
여름철 장마비는 명함도 못 내밀게 내리는데...
코까지 골며 자던 나 병준 일병...
그래도 맥도날드 햄버거 집에선 주린 배를 채우자네...
8박 9일 휴가동안...
대구 외삼촌 댁으로 순천 큰엄마 댁으로...
그리고 엊그제는 홍천 스키장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더니만...
세상에 무슨 세월이 이리 빠르냐며 한탄의 한숨을 들이쉬고 내리쉬네....
59km를 2시간에 걸쳐 도착한 이 에미의 운전 실력을 성토해가며...
그리고 말보로 레드를 줄담배로 피워대가며...
가기 싫다...가기 싫다... 차에서 버텨보지만...
위병소 초병 앞에선 씩씩하게 추~웅 썽!!!경례를...
1분도 벗어나지 않은 정각 7시 30분 도착에
이런 운전 실력은 아무나 가진게 아니라고 하니까...
자기의 고 알맞은 낮잠 실력때문이라나 뭐라나...
떨어지지 않는 자동차 바퀴를 억지로 돌려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 용혁은 졸음 운전 할까봐 엄마를 말 시키는데...
하늘에서 내리붓는 돌덩이만한 빗방울과 비바람때문에..
혼절 직전...살아 가야지...바짝 긴장...운전대에 힘을 주고...
번갯불이 대낮처럼 환하게 번쩍이는 산길을...
도로엔 물이 불어 중앙선마저 보이지 않고...
용혁인 수상스키를 타고 있는 기분이라며 재밌다고 야단이고...
그래도 지금 무사히 집에 돌아와 냉수 한잔 들이키니...
지난 며칠의 즐거웠던 일들이 다시금 새록해지고...
용혁인 형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또 귀한건지 다시 한번 느꼈다니
그 또한 다행이고....
이제, 8월 상병 달고 휴가 오겠다며 복귀한 나일병...
지금쯤은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겠지... (200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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