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준이를 보러 가는 첫 면회...
군인을 면회해 본 경험이 단 한번도 없었던 지라...
뭘 어찌 해야 되는지 묻고 또 물었건만...
준이처럼 취사병으로 간 사람이 없어서리...
그냥 울 아들의 요구 사항에 응하기로...
고급스런 다이어리...핸드크림....풋크림...
베이비 파우더...새로 맞춘 안경과 김서림 방지약...
미리 미리 챙겨 둔 품목들...
가는날 사야할 것들...
피자...김밥...왕만두...케잌...각종 과자...삼겹살...땅콩...
던킨 도너츠...회...
이들 중 횟집이 문을 안 열어 회는 땡!!
내 아들을 찾아가는 길...
아! 고놈의 호랑이 고개를 아는 사람이 없구나...
묻고 또 물어 찾아갔다...내가 누구냐..ㅎㅎㅎㅎ
면회 신청하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저기서 뛰어나오는
대한민국 육군 군인 아저씨..
살이 탐스럽게도 포실포실한 내 큰아들...
가져간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을 바라보니...
대장금 연속극에 나오는 물에 퉁퉁 불어터진
요리사 손이 다 되었네...
손 끝 갈라진 주름 사이로 살짝 살짝 끼어있는 검은 흔적들이...
에미의 가슴을 쓰리게 하는구나...
점심도 굶고 있을거라며 가지고 간 음식들을 모조리 챙겨
동생 손까지 빌려서 취사반으로 가는 모습이..
형의 취사반 창고까지 구경하고 온 용혁인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그래...
이게 사람사는 재미라고 치자...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불기도 올라오지 않는 고물 난로 한대...
추워서 얼음이 될것 같은 용혁이와 재롱이와 우리의 군인...
벌을 서는 것 같은 기분...
저녁 지으러 가야 한다고 일어선 시각이 오후 3시 30분...
그래...가서 맛있는 밥 열심히 지어야지..
삽으로 휘이휘이~~저어서 쌀 깨끗이 잘 씻으렴...
네가 지어준 밥을 맛있게 먹을 너의 동료들 생각하면서...
아들아...
다음에 만날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라...
엄마가 또 맛있는 거 몽땅...많이...사 가지고 가마...
그때까지 안...녕.....
(200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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