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아들아, 내 아들아...

여울가 2006. 11. 28. 19:41

사람마다 자기가  질 수 있을만큼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고 들었다.

내 십자가는 과연 무엇일까?

가장 간절히 기도하는 순간이 큰아들 녀석을 위할 때이니

내겐 이 큰아들이 십자가인 셈이다.

 

리니지라는 이상한 게임에 빠져 저녁잠을 거의 자질 않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자기 시작하니 엄마는 출근한 후 일어나서

아침인들 챙겨 먹을리 만무하고

게다가 학교까지 지각 아니면 결강하기 일쑤일터...

아무리 사정도 해보고 달래도 보지만

그 리니지 게임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그런 걱정덩어리 아들이 자기 꽈에서 발표회를 한다고

나더러 구경오라고 했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가기 싫다 했더니 그럼 안와도 된다고...

일요일 오후...

그래도 한번 가볼까? 호기심 발동하여 찾아간 그곳에서...

내 아들은 커다란 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었다.

 

 

 

 

많은 군중을 사로잡는 무대매너...

내 가슴이 어찌나 콩닥콩닥 뛰던지...

사물장단에서는 상쇠로서 쇠를 잡고...

많은 사물들의 소리로 하나로 이끄는데

때로는 아주 조용하게..때로는 격정의 함성으로...

그동안 미워했던 마음이 더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한없이 들었다.

 

탭댄스와 국악의 만남이라는 퓨전 공연에서는

그 어깨춤과 발동작이 정말 경쾌하고 즐거웠다.

또 랩퍼로서도 많은 환호성과 앵콜 소리를 들었다.

다른 엄마들은 꽃다발도 사 왔던데

난 그냥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갔으니

참으로 황당하고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들아, 내 아들아...

컴퓨터 게임에서 빨리 헤어 나와서

온 무대를 활보하며 휘어잡던 너의 그 끼를

마음껏 발휘하며 살면 안 되겠니?

엄마의 간절한 이 기도를 들어 주실 것을 믿으며

네게 한없는 믿음과 사랑을 보낸다.

내 아들...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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