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등반길

곰배령 편지

여울가 2007. 6. 7. 07:19

곰배령이란 이름은 무슨 뜻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누워있는 곰의 배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고향마을 작은 언덕쯤 생각했다가 정작 곰배령을 만나고 나니

드넓은 초원과 꽃,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진 낙원같은 곳이었다.

 

현충일을 맞아 공동체 친구,형님,아우 다섯이서

저녁 7시에 곰배령을 향해 출발했다.

양평-홍천-44번국도-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다리 건너-진동리 표지가 있는 곳까지 직진...

우리가 정한 숙소는 진동2리에 있는 꽃님이네집...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일은 언제라도 즐겁다.

야간에 출발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소슬하게 불어대는 산바람과

시디에서 흘러 나오는 아베마리아의 하모니가 환성을 자아낸다.

아직까지 지지못한 아카시아 꽃향기까지 보태어지니 금상첨화...

 

5시간을 달려 12시에 도착한 진동리...

계곡의 물소리,이름모를 풀벌레소리,하늘에는 쏟아질 듯 초롱한 별...

그리고 나뭇잎과 줄기들이 바람에 서로 부딪치며 우릴 반긴다.

참 아름다와라~~!!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성가를 부르고 

아직도 겨울처럼 싸늘한 밤공기에 취한다.

 

 

 

 

꽃님이네 집 똘비는 만나는 순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한 사이인양 우리들 곁을 떠나질 않는다.

 

 

항토흙과 나무로 지어진 방에서

아침을 먹는다.

향긋한 곰취 쌈의 향기로 입안은 행복해하고 똘비는 우리의 산행을 재촉하며 앞장을 선다.

똘비...

도대체 아이큐가 어느 정도일까?

내가 산행 중 뒤쳐질 때마다 저만큼 선두에 가다가도 다시 내려와서

나를 챙기던 영리한 개...

 

 

 

 

 

 

 

 곰배령 가는 길....

맑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가끔은 폭포수도 보이고

울창한 숲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

완만한 등산로로 그다지 힘들진 않지만 거리가 만만치 않아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놀다가, 쉬다가,야생화 사진 찍다가

두시간이 넘는 등반 후에 도착한 곰배령...

이미 두차례 이곳을 와 본적이 있는 친구는 정상에서 실망을 하는 눈치...

꽃이 너무 없다고...

그러나 처음 가본 내 눈에는 온통 꽃천지...

폐부까지 파고 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냉동 맥주를 한잔...

이곳은 5월중순,8월초순,9월...

이때가 가장 꽃이 많다고 한다.

하얀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사상자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고

얼마전까지 노란 꽃잎을 자랑하던 야생화들이

마지막 미련을 털쳐내지 못하고 군데군데 남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 곰배령에서 하산을 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소점봉산에 다시 오르기로 한다.

낙원이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비록 져가고 있긴 하지만 철쭉꽃과 병꽃, 이름모를 노란 꽃나무들이

온통 산봉우리를 덮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

꽃님이네집 뜨락에서 삼겹살 구이로 배를 채우고

밀밭길에 잠시 취해도 보면서

또다시 찾아오마 약속을 하고

성가[내가 좋아하는 것]의 노래를 쟁반노래방처럼 불러가며

함께한 베네딕따 형님,베로니카 아우,크리스티나,소화 데레사를 사랑하며

좋은 날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