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사는 즐거움

3식구 3집 살림

여울가 2007. 6. 26. 15:15

우리 가족은 모두 세사람이다.

나,큰아들,둘째아들..

작년 3월에 작은 아들 홍성으로 이사가더니

이제 큰아들마저 분당으로 이사가고 나 혼자 딸랑 남았네...

 

사연인즉슨....

지난 봄에 식당을 4개 운영하는 친구 가게에 놀러 갔었다.

졸업을 한학기 남겨놓은 큰아들의 취업 걱정을 하던 중에

친구네 가게에서 일 좀 하게 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6월 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준이 일할 의향 있는지 물어보라고...

늘 게임 중독에 빠져 내 걱정의 상투를 잡고 있던지라

난 하루라도 빨리 준이를 일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마침 준이가 씨푸드오션에서 알바를 하고 있기에

식당 돌아가는 내막을 좀 알고, 천성이 낙천적이며 잘 웃고

성격이 좋아서 손님에 대한 서비스정신이 투철하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그제 일요일에

준이가 분당엘 간다고 짐을 주섬주섬 챙긴다.

가던 말던 내 상관 아니라고 그냥 나는 밤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미사가 끝날 즈음 문자가 왔다.

 "엄마, 비오는데 우산 안 가져 갔지?"

 "응"

 "내가 차로 데리러 갈테니까 끝나면 나와."

 미사가 끝나니 밤9시..

 "저녁밥 먹었니?"-주지도 않았으면서-

 "아니"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냉면"

그랬다. 냉면을 먹여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퍼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데려다 주고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하자.'

 

비가 내리는 밤길을 준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달렸다.

분당을 거의 다 갔는데 갑자기 와이퍼가 딱 멈추고 말았다.

13년 된 똥차에게 된서리를 맞는 순간이었다.

비는 내리고 앞유리는 안보이고...

쌍라이트를 켜고 잠깐 가다가 멈출만한 곳을 찾아 내가 내려서

와이퍼를 수동으로 밀어 올렸다 내리고...

또 닦고..

또 내리기를 수차례...

분당구청 앞에 차를 세우고 카센타를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고...

교통경찰한테 물어보니 보험회사로 전화를 하란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4킬로정도...

 

나중엔 아예 머리를 운전석 왼쪽으로 빼낸 채 손은 운전대를 잡고

곡예 운전을 했다.

도착한 시각 밤11시30분...

준이가 기거하기로 한 곳은

10년 정도 비워둔 친구네 식당 3층 옥상에 자리잡은 집이다.

준이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귀곡산장]

치워 놓겠다고 했다는데

치우라고 명령을 했겠지만 말을 듣지 않은 건지..

온통 벽지는 �기거나 곰팡이를 뒤집어쓰고...

식당 아저씨들의 휴식처인지 담배 꽁초를 수북히 쌓아놓은 탁자 위로

신문지,먼지,쓰레기들이....

 

아,

이런 상황에 준이 혼자 보냈었다면

준이는 분명히 일 못한다고 돌아왔을 것이다...

내가 따라오길 얼마나 잘 했는가?

따라올 지혜를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때부터 청소 시작...

엎드려 기어다니면서 닦고 닦고 또 닦고...

걸레를 삶아서 다시 닦고...

새벽3시30분까지...

청소를 하면서 준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준이가 농담으로 던진 말이 내겐 얼마나 가슴에 맺히던지...

 "엄마, 나는 엄마가 가난해서 돈받고 팔려온 기분이다."

 

침대와 침대카바,이불은 깨끗하고 보송보송하게

잘 마련되어 있어서

피곤한 몸을 벌러덩 뉘였다.

준이는 엄마의 고생을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였고

내일 출근해야 되니 빨리 자라며 문을 닫고 나간다.

지가 살면서 문짝 페인트랑 도배랑 모두 해서

아주 깨끗한 집을 만들어 놓을거라고 했다.

 

오늘 근무 이틀째...

핸드폰을 해도 도저히 받질 않아 가게로 전화를 했더니

준이가  친절하고 씩씩하게 전화를 받는다.

"감사합니다. 포베이 베트남 쌀국수 오리점입니다."

 

이제 사회의 첫발을 내디딘 준이가

그곳에서 잘 적응하여

훗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경험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 2주일 전에 준이가 이틀동안 그 가게에 가서 일을 하고 왔는데

친구는 내게 아들  잘뒀다며 칭찬을 엄청 했었다.

준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긴 아들 한명을 얻은 기분이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친구를 너무 잘 둔거 같아..ㅋㅋ)

 

사랑하는 내 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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