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서/2003년 필리핀

필리핀-리잘공원(2003년 2월)

여울가 2006. 7. 3. 15:16

친구들과 떠나는 해외 여행 ...
97 년이었던가 ... 친구들과 여행를 다녀왔던 때가 ...
그리고 2003 년 2 월 22 일 ...
4 박 5 일의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새벽에 ...
노원역에서 첫번째로 출발하는 리무진을 탄다 .. 미숙이와 둘이서 ...

인천 공항은 이른 시각임을 잊은 많은 인파로 붐비었고 ...
10명의 우리 친구들은 지각도 하지 않고 잘도 모인다.
초숙이는 가져온 빵과 말랑한 떡을 내놓고 ...
앞다툰 손들이 입으로 왕복 운동을 해댄다.
늘 그렇듯 준비하는 손길은 정해져 있고
받아 먹는 입들은 고마움을 맛본다.

우리의 목적지까지 3 시간 30 분정도 ...
시원한 맥주로 입을 축이니 벌써 마닐라에 도착이라네.
숙소인 마닐라 호텔에 여장을 푸니
호텔 로비 에선 관현악단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
우리에게 일본인 이냐 한국인 이냐 ... ... 묻더니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비목"과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
머나먼 타국에서 듣는 우리의 노래 ...
뜨거운 박수로 답례를하고 ...
시내 관광에 나선다.

 


첫번째 찾아 간곳은 인트라무 로스 북서쪽에 자리잡고있는
산티아고 요새 ... 일랑 일랑이라는 하얀 꽃이 너무 예뻐서 초숙이는 머리에 꽂고 ...
(일랑이라는 처녀의 슬픈 전설을 듣고 잠시 숙연 ...)
스페인이 필리핀을 점령하고있을 당시 지었다는 성벽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군사 시설이었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대포며 불발탄이 된 탄창 ... 그리고 부서져 흉물스럽게 된 건물 ...
총탄을 맞은 흔적등 모두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유는 후손들에게 남의 나라에 지배되었던 과거를 잊지 말라는 뜻 이란다.
제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이 점령하고 있을때에는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을 
지하에 파 놓은 감옥에 가두었 다가 그 지하 감옥과 바다를 연결해 놓은
통로를 통해 만조가되면 바닷속으로 수장시켜 버렸다는 지하 감옥이
지금도 커다란 열쇠를 달고 남아 있었다.
또 필리핀 사람들의 자랑이자 민족의 우상처럼 받들고있는 리잘 기념관도 있었다.
우리에겐 처음 듣는 인물이었지만 리살은 필리핀에서 가징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라고한다.

 

호세 리잘은 31 세의 젊은 나이로 스페인에 의해 처형 당했는데
처형을 명령받은 필리핀 군인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으니

뒤에서 총살해 달라는 유언을 했다고한다.

처형 모습을 담은 그림이 맨 먼저 방문자를 맞는다.
안과 의사, 치과 의사, 저술가, 조각가등 가지고있는 명함의 종류 만도 15 개가
넘었다고하던가 ...
그의 유품들과 그의 연인 오세이의 초상화가 진열되어 있었고
1890 년대 사용했던 치과기구, 여동생이 직접 만들었다는 리잘의 옷도 ...
리잘이 처형되기 전날 밤 지었다는 "마지막 인사"라는 유시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민용태 교수가 번역해서
벽에 걸려 있었다.
그 일부를 옮겨 보면 ...
"잘 있거라,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받는 태양의 고향 이여 ...
동해 바다의 진주, 잃어버린 우리의 에덴 동산 이여 ...
나의이 슬프고 암울한 인생을 너를 위해 바치 리니
더욱 빛나고, 더욱 신선하고, 더욱 꽃핀 세월 오도록
너의 위하여도, 너의 행복을 위하여도이 한 목숨 바치리라 ...
생략 ........................... ...................... .
불타는 태양이 빗방울을 증발시켜 그대로 순수하게 하늘로 되돌아 가게하라.
나의 절규를 함께 이끌고 있는 나의 친구 있거든 나의 이 철이른 종말을 울게하라.
그리고 어느 고요한 하오

나를 위해기도 하는자 있거든  너도 기도 하리 ... 

 나의 조국 이여 ...
나로하여 하나님을 쉬게 하리니 ...
생략 ........................... ...................... ......
나 이제 돌아 가리 ... 오직 하나님만이 왕이신 그 곳으로 ...
죽는다는 것은 쉬는 것. "

나라를 잃고 민간인 신분으로 군사 재판에 회부되어 스페인의 명을 따를 수 밖에 없는
필리핀 군인들에 의해 처형당한 리잘의 애국심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근처에는 리잘 공원이 있었는데 그 공원의 입구에 리잘의 시신을 모신
리잘 동상 탑이 있었고 군인 2 명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 3 교대로
그 주위를 지킨다고 한다.

군인으로서 그 동상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것은필리핀에서는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고 한다.
리잘 공원에는 또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동상이 있는데 
필리핀의 어머니로 추앙받는 여인이 딸 아이를 손에 안고있는 앞에
남편이 무픞을 꿇고 고개를 숙인 모습 ...

필리핀은 여성 상위의 나라이고 부부들은 딸을 낳아야 기뻐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은연중에 여자로 태어 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하게 되고

그 결과 게이가 많다는 ...
믿거나 말거나 ...하는 야그 ...

 

 

 


두번째 방문지는 세계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 아구 스틴 교회 ...
1599 년부터 1606 년에 걸쳐 지어진 교회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이라고 한다.
교회 내부는 바로크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고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벽화 ...
7 번의 지진과 세계 제2차 대전의 폭격에도 전혀 손상되지 않아 기적의 교회로 불리운다고  ...
마침 운 좋게도 결혼식 장면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전통 의상을 입은 신부 부모가 신부와 함께 입장을 하고 ...
하객들은 모두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잎에서 빼낸 실로 짠 누리 끼 리한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고, 둘러리는 자주빛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그 둘러리는 엄청 여러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신랑 신부의 친척 들이라고 한다.

 

 

 


우리의 가이드 ...
한국명 김 인 ... 그곳 에선 윈스턴 김 ...
필리핀의 명물이라는 할로 할로를 사 주겠 단다.
우리들이 워낙 말을 잘 듣는다고 ...
보라색의 우베라는 과일과 팥, 몇 종류의 젤리, 파삭한 씨리얼, 바나나, 파파야 ...
얼음 등을 길다랗고 큰 유리컵에 담아 내놓는데 꼭 우리나라의 팥빙수와
비슷하다고 할까 ...

암튼 할로 할로란 '이것 저것을 다 섞는다.'라는 뜻 이란다.
그런데 좁은 컵 안에 가득 들어있는 내용물 때문에 섞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이쁜 가이드 왈 ...
"스푼을 한 가운데 깊숙히 넣고 살살 돌려 가며 드세요."라고 ...
그 말이 틀린게 어디 있다고 우린 웃느라고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
40 대 아줌마들의 이상한 상상력이 여과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서울로 전화를하는데 ...
강명숙 ....
신랑과 통화를한다 ..
"무슨 문제는 없지?" ---- 강명숙 신랑
"아빠보고 싶은게 문제지 ... ㅎ ㅎ ㅎ"--- 인간 강명숙 (여기서 아빠는 남편을 칭함.)

그렇게 필리핀의 첫 밤은 서서히 익어 가고 있었다. (2003 년 2 월 22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