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초보 농사일기

초보 농사 일기(2015.08.31)

여울가 2015. 9. 2. 20:55

주말 농장 밭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또 웃었다.

내참,

기가 막혀서..

남들은 이미 비료주고

닭똥도 주고 땅에 기운을

불어 넣은 후

김장 배추 모종도 심고

무우씨도 뿌린 지 오래 전...

싸돌아 댕기느라고

밭엘 못 갔드니

우리 밭만 아직도

풀이 무성해...

호미로 캐고

손으로 쥐어뜯고

난리 부르스를 한 후에...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감자,돼지감자, 땅콩을

캐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이게 뭐야?

땅콩도 한 뿌리에 서너알..

감자는 모두 다 합쳐야 10개 정도..

더욱 가관인 것은

돼지감자다.

키가 내 아들 키보다 더 커서

땅 속 뿌리에는

실한 돼지감자들이 주렁주렁

달렸으리라 짐작했는데...

세상에나...

만상에나...

지구를 들어올리는 기분으로

땅덩어리를 들었는데

커다란 뿌리에

이게 뭐야?

강아지 거시기만한 놈들이

서너개 달려있다.

어찌나 웃음이 나오든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실실 웃었네.

웃다가

정신차려서 밭의 흙

호미로 파고

뿌리랑 잎파리들이랑

자잘한 풀들 정리하는데

이마에선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내 입에선

웃음 대신 신음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온다.

에효~~!!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나저나

김장 배추는

언제 심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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